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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같이 기사

위협받는 공공재, 포기할 수 없다


홍준표 경상남도 지사가 무리하게 강행한 진주의료원 폐업을 계기로 공공재의 중요성이 주목되고 있다. 공공재(public goods)란 어떠한 경제주체에 의해서 생산이 이루어지면 구성원 모두가 소비혜택을 누릴 수 있는 재화 또는 서비스를 말한다. 치안 국방업무, 일반행정, 공공교육은 전형적인 공공재이다. 국립공원의 경우 한 사람이 더 들어오는데 추가적으로 비용이 별로 들지 않으며, 일부 사람들의 공원 이용을 배제할 수도 없다. 


공공재는 무임승차의 문제가 발생하게 되므로 시장에 맡겨두면 과소 공급되고 비용이 많이 든다. 누군가 돈을 들여 공기를 정화해 놓으면 모든 사람이 이득을 보겠지만 그 많은 돈을 누가 감당하려 하겠는가. 돈이 든다고 경찰인원을 줄이고 치안활동을 축소하면 돈 있는 사람들은 유료로 사설 보안업체를 이용할 수 있겠지만 비용을 감당할 능력이 없는 사회적 약자들은 신체와 재산의 안전을 위협받는다. 각자가 돈을 내서 공원을 만들자고 해도 사람들의 호응을 이끌어내기 어렵다. 민간자본 유치로 유료 도로를 만들 경우 공공 건설에 비해 요금이 비싸지게 되고 벽지에는 도로를 낼 수 없게 될 것이다. 학교 교육을 옷 사듯이 시장에 맡겨두면 현재의 학원처럼 매우 비싸게 된다. 사립학교만 있다면 가난한 사람들은 자녀들을 학교에 보낼 수 없게 될 것이다. 대중교통도 마찬가지다. 자가용이 많아지고 승객이 감소하여 버스 운영이 적자가 난다고 버스를 없애면 택시비를 감당하지 못하는 학생, 노인, 장애인들은 움직일 수가 없다. 


이렇기 때문에 공공재의 공급 주체는 국가나 지방자치단체 등의 공공 기관이나 공기업이 대부분이다. 대중교통의 경우 지방정부가 유류보조금 벽지노선 적자보전 등의 형태로 보조금을 지원하여 버스노선을 유지하는 것이다.      

공공서비스 영역은 좁게는 사회보험(건강, 연금, 산재, 고용), 사회보장, 사회서비스(교육, 보육, 주택, 여가)를 포함하는 사회복지를, 넓게는 네트워크 산업(교통, 전력, 가스, 수도, 통신)과 자연 보존(환경, 농업) 등을 포괄한다. 공공부문은 자본주의 경제에서 필연적인 소득분배 불평등을 완화하기 위한 소득 재분배 역할을 한다. 또 자본주의 경제에서 필연적인 경제불황에 대응한 경제의 안정화도 공공부문의 중요한 역할이다. 



공공서비스는 모든 사회활동의 기초를 이루기 때문에 시장에서 구입자의 ‘능력’에 따라 제공되는 것이 아니라 ‘필요’에 맞추어 공급되어야 한다. 따라서 공공서비스는 능력에 따라 시장에서 교환되어서도 안 되고, 이윤을 목적으로 생산되어서도 안 된다. 비록 자본주의체제라 할지라도 사회공공성을 지닌 서비스는 시장논리, 이윤논리에서 벗어나 생산되고 관리되고 공급되어야 한다. 교통, 통신, 전력, 가스, 수도 등은 국민 모두가 일상생활에서 계속 공급받아야 하는 혈액과 같은 공공재다. 누구에게나 언제나 공급되어야 하는 ‘집합적 생활수단’이다. 이러한 사회적 공공재는 ‘공적으로’ 생산·사용되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시설의 보편성, 요금의 공공화, 생산력 발전 성과의 사회적 공유, 공기업 노동자의 노동권 보호 등을 갖추어야 한다.


국공유 기업은 공공성과 기업성을 겸비하고 있다. ‘이윤의 국가소유’, ‘정부에 의한 정책결정권의 제한’, ‘사회책임의 부담’은 공공성을 나타내고, ‘독립채산 재무구조’와 ‘이익의 실현’은 기업성을 나타낸다. 진주의료원은 법적으로는 지방공기업이다. 공기업인 진주의료원에서 적자가 많이 난다고 해산해버리면 공공의료 공급이 축소된다. 민간부문이 이를 대체하게 되면 사회적 약자들은 접근조차 할 수 없게 될 것이고, 중산층들도 의료비 증가로 피해를 입게 된다.  


공기업에 적자가 날 경우 사회적 약자에 대한 공공서비스 제공에 따른 불가피한 적자는 정부에서 사회보장 보조금으로 메워줘야 한다. 그 외의 적자는 시설, 장비, 인력의 이용률을 높이거나(효율성 향상), 이미 이용률이 높다면 요금을 현실화해서 적자를 줄여야 할 것이다. 한국전력의 적자는 전력요금을 올려서 해결해야 한다. 진주의료원의 경우 공공의료 제공에 따른 적자는 경남도와 보건복지부에서 지원하고 나머지 적자는 의료서비스의 질을 높여 시민들의 진주의료원 이용 증가를 통해서 해결해야 할 것이다. 국회 국정조사를 계기로 경상남도, 보건복지부, 의료원 종사자, 시민단체 등이 참여한 가운데 진주의료원 정상화의 방안이 도출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