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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같이 기사

‘진주 미래’ 무엇을 더 잃을 것인가


2013년, 70일 만에 103년 된 진주의료원 폐업을 선언한 홍준표 지사의 행동은 지난 90여년 동안 진주가 잃어버린 것과 앞으로 진주가 무엇을 더 잃어버리게 될 것인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줬다.

1925년 진주의 경상남도청이 부산으로 이전한 이래 진주는 지속적으로 많은 것을 잃어왔다. 1950년 한국전쟁 때는 시가지가 폐허로 변했고 촉석루는 불타버렸다. 1960년대 이후 산업화 과정에서 배제되어 경남 수부도시에서 2등 도시로 전락했고 그 결과 1983년 경남도청은 창원으로 갔다. 전두환, 노태우의 군사정부는 진주의 주력사업체였던 대동기업을 경북으로 옮기면서 진주 사람들을 땅값 몇 푼에 지역기업을 쫓아낸 몰지각한 사람들로 만들었다.


1990년대 이후, 진주를 중심으로 한 서부경남 지역은 전국에서 가장 낙후한 지역이 되었고 지역의 소중한 자산들은 사라져갔다. 2007년 한국은행 진주지점은 폐쇄되었고 2011년 아트원제지 진주공장이 폐쇄되었다. 같은 해 진주MBC는 전국 지역 MBC 방송국 중에 유일하게 통폐합되었다. 2013년 진주의료원이 폐업을 목전에 두고 있으며 진주KBS도 곧 없어질 것이라 한다.


왜 이런 가슴 아픈 일들이 계속 벌어질까?  진주 출신 인물이 없는 것도 아니다. 진주MBC를 없애기 위해서 앞장섰던 김재철은 사천출신으로 진주사람이랄 수 있다. 진주는 1950년 이후 파워엘리트를 가장 많이 배출한 도시이다.(각 분야별 일정 기준 이상, 판검사, 100대기업 부장급 이상, 종합병원 과장 이상 3만1800명 중, 7대광역시 출신을 제외한 57.5% - 2005년 중앙일보)

진주의 몰락은 사람이 없어서도 아니고 그 사람들이 능력이 없어서도 아니다. 혹자는 “혁신도시”가 들어서면 달라질 것이라고 말한다. 과연 그럴까?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혁신도시가 당초 계획보다 2년 이상 늦춰졌음에도 지역 정치인은 별다른 대응을 못했다. 오히려 기관 통폐합에 따른 지역대결을 조장하고 그것이 모든 것인냥 선전했다. 그나마 기관들의 축소이전을 막아내기는 했으나 위축된 진주혁신도시의 운명을 바꾸기에는 역부족이다. 혁신도시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이전기관이 지역에 안착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전 대상 기관 근무자들이 가족과 함께 이주해야 하며 이전기관의 주요업무가 지역과 밀착해서 이루어져야 한다. 


1925년 경남도청 이전

1983년 대동공업 이전

2011년 아트원제지 폐쇄

같은해 진주MBC 통폐합

2013년 진주의료원  ? .......


그러나 진주혁신도시 이전기관 임직원들은 전체직원 중 약 3%정도만 가족과 함께 이주할 예정이며, 나머지는 ‘나홀로 진주행’을 택하고 있다. ‘공공기관 협력 기관·기업, 유관연구소 입주 수요조사’에 따르면 전국 344개 조사대상 업체 가운데 불과 30개 업체만이 진주혁신도시에 입주할 의향(인센티브 제공시 입주도 포함)을 나타냈고, 그 결과 산학연 클러스터 부지의 분양률은 3.3%에 불과하다. 2013년 3월 현재, 진주혁신도시의 공정률은 76%로 전국 10개 혁신도시 중 꼴찌이며 분양률은 52.1%에 불과하다. 온 진주시민이 궐기하여 모셔온 LH는 당초 진주본사 상주인력은 2500여명이었으나 1400여명으로 줄였다. 진주시 예산에서 혁신도시 관련 예산은 두 종류다. 하나는 도로 등 기반시설 공사와 관련된 것이며 다른 하나는 혁신도시 이전대상 기관 임직원들을 불러서 관광시키는 것이다. 


진주시의 예산에는 사람들이 이주해서 살기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이고 기업이 지역에 안착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은 없다. 

지난 3월 감사원으로부터 혁신도시 내의 교육·의료 등 정주여건이 형편없음을 지적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진주의료원 폐업하면 진주혁신도시 이전 재검토’를 요구하는 혁신도시 이전기관 노동조합들의 공동 요구에 대해서 “경상대학병원을 이용하라”는 말을 했고, 혁신도시 토지분양률이 저조한 것에 대해서도 “2012년 6월까지 진주시 소관사항이 아니었다”라고 답했다. 진주시장은 진주의료원 폐업에 대해서도 ‘소관사항’이 아니라 대응하기 어렵다고 의회 시정질의에 답했다. 그리고 지난 20일 종편에 출연해서 “돈만 지원해준다면 의료원이 소재한 진주시가 공공의료를 해보겠다.”, “홍준표 지사 생각은 서민을 위한 확실한 공공의료를 하겠다는 것인데 그 부분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진주의료원 살리기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서민을 위한 공공의료가 필요하다”는 발언을 했다.


공공의료기관을 없애고 2만원 더 지원하면 서민을 위한 확실한 공공의료가 이루어진다는 홍준표의 생각에 동의한 것도 황당하지만, 공공의료를 위해서 그 재원을 어떻게든 마련해서라도 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돈을 지원해 준다면” 이라는 단서를 붙인 것도 이해하기 어렵다.

진주시장이 서민뿐만 아니라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소관사항’도 아닌 공공의료를 “해보겠다”라고 말한 것도 놀라운 일이다. 


지금 진주의 문제가 무엇이고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그 비전을 제시할 수도 있고 그럴 의지와 능력이 있는 사람이 진주의 미래를 맡아야 한다. 진주의 미래가 ‘소관사항’이 아닌 사람에게 무엇을 기대하겠는가.  

지금까지 진주시민은 자질이나 능력보다는 출신 학교와 정당을 보고 선출직 공무원들을 뽑았으나 이제는 끝낼 때가 됐다. 권력에 줄서기나 하며 진주의 미래를 돌보지 않는 사람들과 작별하자. 시민들이 앞장서서 “진주같이” 진주의 미래를 만들어 보자.

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