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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같이 기사

“슬퍼하는 것만으로 세상은 바뀌지 않는다”

슬퍼하는 것만으로 세상은 바뀌지 않는다

세월호 참사 도보순례단 별들과의 동행참가기

 

지난 627일 세월호 참사 도보순례단 별들과의 동행이 서울·인천/ 부산/ 대구 3개 권역에서 각자 출발 했다. 이들은 1617일간의 일정으로 도보로 이동해 712일 진도 팽목항으로 집결하게 된다.

부산에서 출발한 팀은 지난 71일 경남 진주에서 도착해 1박을 한 후 다음날 사천으로 향했다. 도보 순례단에 참가한 유영민 씨는 슬퍼하고 분노만 한다고 세상은 바뀌지 않는다. 뭐라도 자꾸 행동을 해야만 세상은 변한다라고 순례 참가동기를 밝혔다. 그의 순례 참가기다.(* 글을 79일 받아 시점에 다소 차이가 있습니다.)

 

 

나의 사진 앞에 서 있는 그대 제발 눈물을 멈춰요. 나는 그곳에 있지 않아요. 죽었다 생각 말아요. 나는 천개의 바람, 천개의 바람이 되었죠. 저 넓은하늘 위를 자유롭게 날고 있죠.”

 

대부분 아는 세월호 추모곡, <천개의 바람이 되어>가사 일부다. 난 저 노래를 잘 듣지 않는다. 곡 일부만 들어도슬퍼지기 때문이다. 산자들의 몫은 슬퍼하는 것만이 전부가 아니다.슬퍼한다고, 분노만 한다고 세상은 변하지 않는다. 뭐라도 자꾸 행동해야만 세상은 변한다. 장작불의 뜨거움은 갓 태어난 아기 빼놓고는 누구나 안다. 그래도 가까이 있는 사람이 더 뜨겁기 마련이다. 슬픔, 분노의 감정도 각자 선 위치에서 조금 깊이가 다르지는않을까? 내게도 올해 고1이 된 아이가 있다.

 

부산역에서 세월호 참사 전국 도보순례단이 출발한다는 사실을 페이스북을 통해서 알고 있었다. 하지만 생활 속 내 코가 석자라 조금 망설이고 있던 참에 지인으로부터 함께 가자는연락이 왔다.

 

내 개인적 삶의 계획을 한 보름 늦춘다고 큰 난리가 일어나지는 않을터, 흔쾌히 함께 길을 나섰다. 세월호 참사전국도보순례 <별이 된 아이들과 함께동행”> 첫날 627일 금요일, 그날은 내 49번째 생일이기도 했다.

 

첫날은 오전 1030분 부산역을 출발해서 경남 김해시청까지 계획이 잡혀 있었다. 대략 40km에 가까운 거리, 저녁9시 무렵 도착했다. 하루 걷고 발가락에 물집이 잡혔다. 제법 오래전이지만 산악회 활동을 좀해서 걷는 데는 자신이 있었다. 하지만 정신적 자신감과 물리적인 육체가 버텨주는 건 분명히 다르더라.

 

다음날 아침 난 부산에 약속이 있어서 돌아와야 했다. 그리고 다시 71일 오후 경남 함안-진주 구간에 합류해서 전남 순천까지 45일 걷고 또 토요일 다른 일정이 있어 부산으로 돌아와서 이 글을 쓰고 있다.

 

경남 하동군 하동읍인걸로 기억한다. 어느 할머니가 나에게 묻는다. “왜 걷고 있냐. 간단히 말씀 드렸다.“ 세월호같은 사고가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잊지말자고 걷고 있습니다라고.

그 할머니 내 손을 꼭 잡고 눈물까지 글썽이시며, 그래 그런 사고가 다시 또 일어나면 안 되지 하신다.

어느 다큐멘터리에서, 원숭이도 동료가 죽으면 슬퍼하며 그 자리를 떠나지 않는 것을 봤다.하물며 자칭만물의 영장이라고 하는 인간이라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제 또 순례단에 합류할 준비를 서둘러야겠다.

·사진= 부산 유영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