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진주같이 기사

시민 목소리 담는 ‘진주같이’가 되길

하승수 /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 


사람에게 개성이 없다면 세상이 어떨까요? 똑같은 사람들이 똑같은 행동을 한다면 어떨까요? 만약 그런 세상이라면 재미도 없고 사람들이 행복하지도 않을 겁니다. 

2000년 일본의 가와사키시라는 도시에서 ‘아동권리조례’라는 조례를 만들었습니다. 이 조례를 만든 이유는 일본의 어린이· 청소년들이 행복하지 않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리고 행복하지 않은 이유 중에 하나는 어린이·청소년들에게 획일적인 것을 강요하는 교육과 문화 때문이었습니다.

 

사람에게는 누구에게나 개성이 있고, 잘 하는 것과 못하는 것이 있기 마련입니다. 그런데 일본의 교육은 어린이ㆍ청소년들에게 똑같은 것만 강요를 해 왔습니다. 그러니 행복할 수 없는 것이 당연했습니다. 그래서 일본 가와사키시에서 만든 아동권리조례에는 특이한 표현의 권리가 포함되었습니다. ‘있는 그대로의 나일 수 있는 권리’라는 말이 그것입니다. 


사람이 아니라 지역에 대해서도 같은 얘기를 할 수 있습니다. 전국에 있는 230여개의 기초지방자치단체가 하나같이 똑같다면 어떨까요? 아마 아무도 여행을 다니지 않는 사회가 될 것입니다. 여행만 다니지 않는 게 아니라 ‘어떤 곳에서 살고 싶다’는 꿈을 잃어버리게 될 것입니다. 어디를 가도 똑같으니 변화에 대한 기대도 없이 그냥 하루하루를 살아가게 될 것입니다.  


그래서 지역에게도 개성이라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것을 정체성(Identity)라고 표현할 수도 있습니다. 개성이 없는 사람은 매력이 없듯이, 개성이 없는 지역은 살고 싶은 곳이 못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다른 곳을 쳐다보지 말고 우리 지역을 봐야 합니다. 우리 지역에 사는 사람들을 봐야 합니다. 지역의 개성과 주민들의 개성을 살리는 것이 바로 ‘살고 싶은 지역’을 만드는 길입니다. 

무엇보다 진주의 정체성을 찾는 것이 중요합니다. 진주에 맞는 경제, 문화, 교육, 일자리, 농업, 먹거리, 환경, 에너지, 교통, 복지 등등의 대안을 만들어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물론 다른 지역의 좋은 사례들은 참고를 해야 하겠지만, 이 모든 일들을 풀어갈 때 ‘진주에 맞는 모습’을 찾아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동안 우리는 획일적인 개발을 많이 해 봤습니다. 전국 곳곳에 똑같은 건물을 짓고, 산과 들을 파헤쳐 왔습니다. 그래서 과연 지역이 살기 좋아졌는지를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제는 개발할 만큼 개발했습니다. 더 이상 개발하고 부시고 짓고 하는 것으로 지역주민들의 삶이 나아지지 않습니다. 


"살기좋은 도시들의 공통점은 시민들이 자기 도시에 대한 애정을 가지고 참여한다는 것입니다. 내부의 민주주의가 잘 된다는 것입니다."


진주는 살기 좋은 지역이 될 가능성이 많은 곳입니다. 세계적으로 살기 좋다고 하는 도시들은 대부분 인구 100만명이 안 되는 중소규모의 도시들입니다. 회색빛 대도시가 아니라 도시화된 지역과 농촌지역이 공존하는 지역들입니다. 어떻게 보면 진주와 비슷한 조건들입니다. 


‘살기좋은 도시’들의 공통점은 시민들이 자기 도시에 대한 애정을 가지고 참여한다는 것입니다. 내부의 민주주의가 잘 된다는 것입니다. ‘환경수도’로 인정받고 있는 독일 프라이부르크시의 경우에는 시민들이 참여해서 인구 22만의 도시를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도시로 만들었습니다.  


진주도 그렇게 되지 말라는 법은 없습니다. 시민들이 참여해서 ‘진주다운 진주’의 모습에 대해 함께 고민하고 토론해 나간다면 진주도 그렇게 될 수 있습니다. 진주의 문제가 무엇인지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은 진주시민입니다. ‘살기 좋은 도시’를 만드는 좋은 정책은 공무원들이나 전문가가 만들 수 있는 게 아니라 시민들이 참여해서 만드는 것입니다. 


이럴 때 반드시 필요한 것이 건강한 지역언론입니다. 소박해도 좋습니다. 돈이 없어서 자주 내지 못하더라도 관계없습니다. 

 지역의 소식을 담아내고 지방권력과 돈으로부터 독립성을 유지하는 언론이면 됩니다. 비판만 하는 게 아니라, 시민들과 함께 대안을 만들어갈 줄 아는 매체가 필요합니다. 일방적으로 정보를 제공하는 언론이 아니라 시민들의 목소리를 ‘듣는 매체’가 되면 더 좋을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아마도 진주시민들이 언제 나오는지를 기다리는 매체가 될 것입니다.  ‘진주같이’가 진주시민들에게 그런 매체가 되기를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