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진주같이 기사

파업으로 ‘공정방송’ 가치 알렸다

정대균

(전)언론노조 MBC 본부 수석 부위원장


그를 만났다.

진주MBC 노조위원장으로 2010년 진주MBC 통폐합 반대를 주도했고 MBC노조 수석부위원장으로 지난 2012년 MBC파업을 주도했던 인물. 진주MBC 128일, MBC 170일 동안의 파업. 어쩌면 지난 3년 동안 파업이란 극단적인 투쟁현장에서 자신의 모든 걸 내걸고 싸운 사람, 바로 정대균이다. 

그러나, 그의 동그란 안경 넘어 비치는 눈웃음과 너무나 자연스럽게 흐르는 입가에 미소는 그 치열했던 시간속의 이름 석자와 잘 매치가 되질 않는다. 부드러운 말투와 다정다감한 어조는 그가 투박한 경상도 진주사나이임을 잠시 잊게 한다.

1987년 mbc에 보도국 기자로 입사, 2008년 진주MBC노조위원장, 2010년 진주,마산 MBC 통폐합에 반대해 당시 김종국사장 출근저지투쟁 주도 이유로 해직, 2011년 부터 MBC노조 수석부위원장을 역임한 정대균. 그의 이야기에 귀기울여보자.




▷요즘 어떻게 지내시는지요? 



3월 중순 진주로 내려왔습니다. 찾아주는 이는 없어도 갈 곳은 많아요. MBC뿐 아니라 지역에도 의료원등 현안들이 많아 행사에도 참여를 하구요. 가끔 개인적인 힐링의 시간도 갖고 합니다. 술도 한잔씩 하게 되는데 서울에 있을때 보다 오랜만에 만나는 분들이 많다보니 술자리가 자꾸 늘어나는 것 같아요.(웃음)


▷그동안 MBC파업의 중심에 있었고 정대균위원장과 MBC는 여전히 특수관계?여서 먼저 MBC얘기를 해야겠습니다. 결국 김재철사장이 해임되고 새로 김종국사장이 선임이 되었는데요. 그와 인연이 남다른 걸로 아는데?


전생에 무슨 악연이 있었는지 모르겠네요. 아마 김종국 사장은 제 얼굴을 상상하기도 싫을 겁니다. 제가 기억하는 김종국사장은 대화가 안되는 사람, 김재철의 아바타, 특히 지역방송에 대한 이해가 전무한 사람이었습니다.

김재철이 사장이 되자마자 2010년 3월 창원진주MBC 겸임사장으로 왔는데 공공연히 자신은 김재철의 아바타라고 떠들고 다녔어요. 우리와의 협상에서도 통합을 전제하지 않고서는 아예 대화자체를 거부했을 정도로 꽉 막혔죠. 당시 파업을 하면서 출근저지로 김종국사장은 진주 MBC에 99일 동안 한 발자국도 발을 붙이지 못했습니다. 

김재철사장이 해임된 것이야 환영할 일이지만 김종국사장의 선임은 정말 저로서는 인정하기 힘든 상황입니다. 물론 지금이라도 노조를 인정하고 모든 문제를 대화로 풀기를 기대해보지만 제가 아는 한 그럴 사람이 아니니 답답한 마음입니다.


▷현재 MBC방문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MBC를 비롯 KBS, YTN, 연합뉴스등의 현재 지배구조는 극단적으로 말하면 청와대가 가장 큰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는데?


알다시피 MBC의 대주주는 70% 지분을 갖고 있는 방문진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그 이사회의 구성이 정부추천3명, 여당추천3명, 야당추천3명, 9명의 이사로 이루어진다는 데 있습니다. 결국 정부여당이 6대 3으로 MBC의 경영권을 독점하는 구조입니다. 공영방송이 권력의 지배를 벗어나지 못하는 이런 구조가 깨지지 않고서는 정권이 바뀔때마다 방송의 독립성이 훼손될 가능성이 상존합니다. 이것은 방통위가 좌지우지하는 KBS이사회, 정부의 지분이 과반이 넘게 차지하고 있는 YTN과 연합뉴스도 마찬가지입니다.

물론 지분을 정부가 가지고 있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경영권의 확실한 독립이 보장되어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MBC의 경우도 정권의 꼭두각시 이사 몇몇이 무소불위의 권력을 가지는 것이 아니라 이사회에 우리사회 각계각층을 대표하는 사람들이 참여할수 있도록 구조 자체가 바뀌어야 할 것입니다.


▷좀 거슬러 올라가서 지난 170일간의 MBC파업 얘기를 좀 해보죠. 김재철이란 인물에 대한 인지도 하나만큼은 확실히 높인 것 같습니다. 파업콘서트, 인기 있었던 ‘MBC프리덤’도 떠오릅니다. 역사 초유의 언론사 동시파업까지 이끌어 내었던 지난 MBC파업에 대한 평가를 한다면?


초등학생도 김재철을 알 정도로 김재철사장에 대한 인지도만큼은 확실히 높여준 것 같습니다. 그러나 MBC 파업은 단순히 김재철을 반대하고 그를 몰아내는 것이 목적이 아닌 싸움이었습니다. 저희는 공영방송 MBC가 공정방송을 해야 한다는 것이 유일한 파업의 목적이자 이유였습니다. 어떤 이들은 총선이나 대선   등 정치적 일정들과 연관 짓지만 김재철사장을 두고는 공정방송이 불가능했기 때문에 퇴진을 요구했고 파업을 하지 않고 공정방송을 할 수 있는 길이 없었기 때문에 장기간 파업을 진행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언론은 약자들 편에 서야"

"빨리 카메라 메고 싶어"


▷그러나 결과적으로 170일이라는 오랜기간을 투쟁했지만 김재철을 몰아내지도 못했고, 오히려 MBC가 정권의 편파방송 무대를 제공했다는 비판도 있습니다.


물론 대선이라는 중요한 시기에 공영방송이 정권의 나팔수 노릇을 하게 했다는 가슴아픔이 있지만, 파업을 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MBC의 모습은 아마도 별반 차이가 없었을 것입니다. 프로그램이 폐지되고 유능하고 능력 있는 PD나 기자들을 한직으로 내몰고 보도의 공정성이 확보되지 않는상황에서 무엇을 할 수 있겠습니까?

파업을 하지 않았다면 그 패배감과 무력감은 지금보다 훨씬 더 컸을 겁니다. 

그러나 파업을 통해 우리 스스로 많은 것을 포기하며 공정방송이란 가치를 잃지 않았던 것, 시청자와 국민들에게 최소한 공정방송의 중요성을 알리고 싸움이 정당했다고 알릴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MBC파업의 성과는 어쩌면 대선결과와도 맞닿아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습니다. 많은분들에게 대선결과가 멘붕이었지만 솔직히 저희 MBC에게는 너무 가혹했는지 모릅니다. 돌이켜보면 이명박정부의 치밀한 언론장악 의지가 상상을 뛰어 넘게 확실하고 치밀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좀 개인적인 질문을 드려보죠. 그동안 치열한 현장에 계시다보니 고소 고발등, 여러 송사에 시달리고 계실 듯 한데요. 어떠신지?


통폐합 반대투쟁을 시작으로 소송이 몇건인지도 모를 정도로 많습니다. 손해배상, 업무방해 등 고소 고발에 벌금도 많이 냈죠. 기억 나는 건 김종국사장이 저를 횡령, 배임으로 고소한 사건이 있었는데 고소장을 언론에 악의적으로 노출시켜 도덕성과 명예를 실추시켰죠. 당연히 무혐의 판결을 받았고 최근 김종국사장을 만난 자리에서 사과하라고 얘기하니 엉뚱한 얘기만 하더군요. 하여튼 이제는 법 전문가가 다 되었을 정도로 지식이 쌓였습니다.  


▷가족들도 쉽지 않은 길이었지 싶습니다. 가족을 간단히 소개해 주시고 남편으로서, 아빠로서는 어떤 분이신지 스스로 평가해 보신다면?


가족들에겐 항상 고맙죠. 불평불만없이 항상 믿어준 아내와 잘 따라준 아들, 이렇게 세식구인데요. 교직에 있는 아내에게는 지부장까지는 의논을 했는데 지역방송협의회는 차마 말을 못했죠. 좀 늦게 얘기를 꺼내니 이미 알고 있었더라구요.

아내와 그전까지 떨어져 지낸 적이 한번도 없었어요. 사실 아내는 제가 맡은 일 보다 자신과 떨어져 있어야 하는 것이 가장 큰 불만이었답니다.(아내는 자신을 너무 좋아하고 사랑한다고 함박웃음을 짓는다.)


▷조금은 특이한 이력을 갖고 계신데요. 우리 지역의 자랑이죠. 극단현장의 대표, 이사장으로 되어 있습니다. 극단현장이 74년부터 시작 된 것으로 아는데 배우가 꿈이셨나요? 


MBC 입사 이전부터 극단현장과 인연을 맺었죠. 연극 전공도 아니고 연극 동아리 출신도 아니지만 우리 지역의 원로 연극인이신 이기대 선생님의 “너 연극 잘할거야”   한마디 때문에 여기까지 온 것 같습니다. 

직장 핑계로 잠시 도망 갔다가 2년 후 다시 극단으로 들어가면서 최소한 ‘연극을 해서 먹고 살게 하자’ ‘지역에 멋진 소극장을 하나 만들자’ 이 두 가지는 이루어 보리라 다짐했습니다. 


▷대표로서 극단이 어떤 모습으로 발전해 나갔으면 하는지?


극단현장이 40년 가까이 우리지역에 함께하면서 조금씩 성장하기까지 지역민들의 힘이 컸습니다. 이제 지역민에게 베풀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주는 연극공연이지만 아동극을 포함한 교육사업과 지역민과 함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하고자 고민이 많죠. 현장에는 지금 연극을 직업으로하는 친구가 13명이에요. 월급제로 운영되지만 워낙 박봉이다보니 적어도 연습공간과 숙식이 해결되는 공동체 생활공간을 마련하는 것이 급선무예요. 물론 이를 위해 실력을 높이는 것이 우선이겠죠. 진주에서 앞으로도 50년 아니 100년 이상 시민들과 함께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 다시 언론쪽 얘기로 돌아 가보겠습니다. 최근 가장 주목을 끌었던 뉴스 중 하나가 손석희씨의 종편행 이었습니다. 어떻게 보십니까?


개인적으로 좋아하고 존경하는 선배예요. 지금 시대에 손석희라는 인물은 언론노동운동에서도 상징적인 인물이고 현 방송인으로서도 상당한 영향력이 있는 인물임에 틀림없습니다. 그러하기에 그의 종편행의 결정을 두고 실망의 목소리가 높은 것이 사실이죠. 저도 손석희 선배가 어떤 이유에서 그런 판단을 하게 되었는지는 모르나 잘못된 판단이라고 생각합니다.

전 손석희 선배의 기본적인 가치관이나 심성을 볼 때 사람이 변하기 보다 아마도 버텨내지 못하고 나오지 않을까 합니다. 철저한 상업주의 방송인 JTBC는 시청률과 대외적 이미지 때문에 당장 손석희가 도구로서 필요할 뿐, 언제든지 내칠 수 있지 않습니까?


▷대안언론운동이 대두 되고 있는 상황이고 ‘국민TV’도 추진중에 있습니다. 어떻게 전망하십니까? 

 

대안언론은 한계가 있습니다. 지금은 기존 언론들이 제자리를 잡지 못하니 빈 자리를 대신 채우는 겁니다. 당연히 그래서 의미가 있지만 그렇다고 공중파 방송을 대신할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공중파 방송이 제자리를 찾도록 노력하는 것을 잊어서는 안됩니다. 

국민TV 같은 경우 소비자가 찾아가는 것이 아니라 시청자들에게 자연스럽게 노출될 채널이 있어야 합니다. 다행히 우리는 국민방송 RTV라는 경험이 있습니다. 물론 채널을 확보하더라도 과연 시청자들을 유인할 만큼의 양질의 컨텐츠를 확보하느냐의 문제도 있습니다. 그것은 기존의 뉴스타파나 나꼼수 등의 검증된 컨텐츠에 지역MBC 같은 곳에서 만든 완성도 있는 작품들로 방송의 질을 담보해 내야 할 것입니다.


▷지역으로 좀 돌아와 얘기를 해보겠습니다. 진주지역의 언론환경은 아마 최악이라해도 과언이 아닐 듯 합니다. 진주신문의 폐간을 이어 진주MBC가 통폐합되면서 보도기능이 거의 상실되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앞으로 진주 MBC는 지역에서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요? 더 나아가 현재의 지역언론환경을 변화시킬 수 있는 대안은 무엇이라 생각하십니까?


진주MBC의 싸움은 끝난 것이 아니라 여전히 진행 중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복직을 하면 구체적으로 무슨 일을 할지 모르겠지만 당장 통합전으로 MBC를 되돌릴 수는 없다 해도 현 상황에서라도 지역에 올바른 여론을 형성할 수 있는 역할에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분명 통합당시 약속한 부분들만 지켜도 할 일은 많을테니까요. 

언론은 가진자, 힘이 있는 사람들, 기득권자들이 무서워해야 합니다. 그래서 감시하고 비판할수 있는 기능이 필수인 것 입니다. 안타깝게도 우리 진주에는 냉정히 이야기해서 그런 언론이 없다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래서 저는 진주시민들을 위해서 반드시 권력에 맞서고 진정으로 약자와 서민의 편에서 감시와 비판의 기능이 살아 있는 매체가 절실하다고 생각합니다. 

 

▷지난 대선을 거치며 아마도 가장 큰 변화를 꼽으라면 ‘길 잃은 진보’가 아닐까 합니다. 지역에서 진보라 자처하는 세력들이 시민들에게 신뢰를 주지 못하고 대안으로 인정을 받지 못하는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서민 속에 함께하지 않으면 진보는 성공할수 없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일상 속에서 시민들속에서 함께 삶을 고민하고 같이 행동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 진보란 사회적 약자, 서민 소외계층의 편에 서서 공익적 가치를 추구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저 자신으로부터 항상 과연 내가 진보인가라는 물음을 던집니다. 항상 실천하고 있는지 묻습니다. 시민단체라고, 노조라고, 야당이라고, 진보정당 간판을 달았다고, 그것이 곧 진보일 순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진보에 맞는 일을 했는가? 우리는 성찰해야 합니다. 

지역에서 아무리 새누리당이라고 하더라도 서민과 사회적 약자 편에 선 정책에 손을 들면 그것을 진보가 아니라 할 수 있습니까? 진보정당이라고 한들 기득권과 특정세력 편에 선다면 어찌 그들을 진보라 할 수 있겠습니까? 진보가 국민들에게 외면 받고 시민들에게 대안으로 다가서지 못하는 것은 어쩌면 진정으로 사회적 약자와 서민들의 편에 서지 못했기 때문 아니겠습니까?


▷ 우리나라 노동운동을 주도했던 대기업노조나 언론노조 역시 그런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 같은데요. 사실 MBC도 마찬가지지만 이런 조합원들은 모두 중산층 이상이지 않습니까? 그런데 과연 이들이 그동안 우리사회를 관통하는 가장 큰 문제인 비정규직문제에 얼마나 적극적으로 대응해 왔는지 여쭤보고 싶습니다.


맞습니다. 저도 무거운 책임을 느낍니다. 제가 수석부위원장으로 있었지만 솔직히 비정규직 문제를 공식 안건으로 다룬 적은 한번도 없습니다. 진주 MBC차원에서 짧은 논의를 해본 경험이 있지만 대단위에서는 그렇지 못했습니다. 사실 방송사의 비정규직의 근무조건과 처우는 열악하기 그지없고 그것이 곧 비정규직 문제임에도 말입니다. 

대기업 노조들도 마찬가지입니다. 민주노총에서는 비정규직철폐를 구호로 외치고 있지만 각 사업장에서 자기 사안으로 받아 안고 비정규직 문제를 우선적으로 접근하지는 못한 것이 현실입니다. 민감한 문제들이 있을 수 있겠지만 우리 모두 돌아보고 잘못된 길을 반복하지 말아야 합니다. 


▷‘진주같이’라는 이름으로 지역운동의 새로운 출발을 위해 의기투합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들에게 하고 싶으신 말씀이 있으시다면? 


일단 목표를 너무 크고 원대하게 잡지 말았으면 합니다. 생활 속 작은 부분들에서부터 출발했으면 좋겠습니다. 시민들이 알아야 할 것은 알게 하고 그들의 일상적인 삶에 영향을 미치는 시정부터 관심을 가지고 고치고 바로잡아 갔으면 합니다. 그리고 꾸준한 공부와 토론을 통해 지역의 비전을 시민들에게 제시할 수 있었으면 얼마나 좋을까요. 또 사람이 많이 모이면 생각이 다들 다르죠. 그 뜻을 잘 모으는 토론과 시스템도 잘 정비 되었으면 합니다. 


▷ 마지막으로 앞으로의 계획을 말씀해주신다면?


개인적으로 카메라를 멜수 있는 시간이 빨리 왔으면 좋겠습니다. 현업에 투입이 되어서 정말 제 이름이 자랑스러울 만큼 내세울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보고 싶습니다. 

그리고 그동안의 활동으로 얻어진 경험과 지식이 우리 지역의 단체나 조직에 그 쓰임이 있고 필요가 있다면 그 역시 참여해야 할 책임도 느낍니다.‘진주같이’의 ‘같이’라는 말이 참 마음에 담깁니다. 가치 있는 일을 같이 할 수 있다면 행복한 일이겠죠.

     정리 = 이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