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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같이 기사

90년 옛 진주역이 식당으로…‘황당’

진주시, 무사안일주의에 늑장 행정으로 일관

철도공사, 공공 활용 고민 없이 자산 주장만



지난해 10월 폐역이 된 옛 진주역(주약동 소재) 건물이 공공 활용 방안을 두고 여론이 일고 있는


가운데 민간업자에게 임대, 식당으로 이용되고 있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많은 안타까움과 빈축을 사고 있다. 일부 격분한 시민들은 진주시의 안일함과 늑장 행정에 전면으로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지난 7월 중순 진주역사 매표소와 사무실 등으로 쓰이던 오른쪽 공간에 삼겹살식당 ‘00돈’이 들어섰다. 대합실로 쓰이던 왼쪽 공간에는 이미 지난 4월부터 생선구이 전문점 000이 영업을 하고 있는 상황. 이는 코레일 측이 지난 해 11월 옛 진주역사 임대 공고 후 12월 민간업자가 낙찰 받음으로써 빚어진 것. 알려진 바에 따르면 옛 진주역 건물 식당 임대는 3년 계약이다. 

옛 진주역 건물이 식당으로 활용되는 것에 시민 정서상 반대 여론이 많다는 점을 들어 7월 26일 진주시에 사정을 물었다. 


시 관계자는 “철도공사 측에서 용도변경을 요청했고 처음에는 반려했으나 법적하자가 없다는 항의에 따라 허가를 내 줄 수밖에 없었다”며 “다만 진주역 건물의 기본 골격은 건드리지 않는 것으로 외부도 훼손하지 않고 내부 일부는 단장해서 사용하는 것으로 계약을 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또 이 관계자는 “임시 활용이다. 3년 계획이고. 특약 사항으로 특정 상황이 발생하면(진주시에서 계획을 하면) 언제든 계약을 해지한다는 조항이 들어있다”고 말했다.

진주역은 지난해 경전선 복선철도사업 본격화를 앞두고 먼저 10월 말 역이 개양으로 옮겨가고 기존의 진주역은 폐역이 되었다. 이와 함께 진주YMCA 등 시민사회단체에서는 90년 가까이 지역과 같이 해왔던 옛 진주역과 경전선 폐선 부지가 근대 역사적 가치가 있음을 주장,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 논의하는 가운데 진주시가 발주한 개발 용역 계획보고서가 나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한편 진주시는 폐선이 된 직후인 지난해 12월에서야 개발 용역 계획을 발주, 이는 광양역과 광주 남부역 등이 폐쇄되기 이전에 지자체에서 개발 용역 계획을 끝내고 발 빠르게 움직였던 것과는 대조를 보인다. 


뒷짐 행정에 시민들 반발


지난 7월 27일 실제 어떻게 변모 활용되는지 현장을 보기 위해 생선구이 전문점으로 영업하고 있는 000에 가보았다. 역 대합실로 사용되던 흔적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내부는 밝은 베이지와 흰색의 깔끔한 인테리어에 여러 개의 식탁을 배치한 큰 방과 단체 및 가족석을 겸한 작은 방 등으로 구성돼 있었다. 

역사 정문 위에는 아직 진주역이라는 간판이 붙어있어 이곳이 예전 진주역이었음을 말해주고 있다. 삼겹살식당으로 문을 연 유리문에는 ‘진주역 개양으로 이전했습니다. 이곳은 개인 영업장입니다’라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이곳 식당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 해 12월 계약을 했고 4월초 생선구이전문점을 열었다. 삼겹살집 주인은 딴 사람이다”며 “공고 후 3번 만에 겨우 낙찰 받았는데…. 식당이 2곳이라도 철도공사에서 임대한 사람은 한 사람이다. 삼겹살집은 다시 임대를 준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진주역 면적 495㎡ 중 460㎡는 식당 2곳, 33㎡ 정도는 개인 사무실로 사용되고 있었다. 

올해 말이면 진주시의 진주역 및 경전선 철도 개발 용역사업 보고서가 나올 예정이나 일부 시민사회 단체와 시민들은 진주시의 무사안일주의와 늑장 행정이 갑갑하고 한심스럽기만 하다.


공청회 등 시민참여 절실


시민 공경호(천정동) 씨는 “골조는 건드리지 않았는지 모르지만 진주역의 90년 역사의 가치를 도저히 느낄 수가 없다”며 “이후 진주시가 과연 활용 계획이나 의지가 있는지 조차도 의문스럽다”고 말했다.

김진수(하대동) 씨는 “폐역 이전부터 진주시는 활용 계획안을 가지고 있어야 했다”며 “아무리 진주역 건물이 법적으로는 코레일의 자산이라 왈가왈부할 수 없다지만 정서적·상징적으로 진주역은 우리 지역의 근대 역사 자산이다. 진주시는 훼손되는 것을 수수방관했다”고 거센 불만을 토로했다.

심인경(가호동) 씨는 “진주역 부지와 경전선 철로는 원래 진주 시민의 땅이었다. 일제 때 강제 수탈당한 후 해방 후 철도공사가 가져간 것”이라며 “철도공사 자산이다는 입장은 아주 뻔뻔한 것이다. 해당 터는 최소한 지역민들과 활용 방안을 같이 고민하거나 공공 활용을 우선해야지 않냐”고 주장했다.

진주 시민사회단체 일각에서는 향후 활용 방안을 두고 “진주역과 경전선을 적극 활용해 오히려 문화도시 진주의 이미지를 부각할 수 있다”며 “진주역은 문화재로 등록된 차량정비고와 연계해 전시관이나 시립박물관으로, 가좌동에서 망경동, 내동으로 이어지는 기찻길은 시민공원 녹지 형성 등을 검토해볼 수도 있다. 진주시는 시민 공청회 등을 열어 적극 반영할 수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진주KBS는 지난 7월 16일부터 18일 3회에 걸쳐 옛 진주역사 활용 문제를 제기한 바 있다. 보도에 따르면 코레일 측은 현행법상 임대 고유 권한은 회사의 것이며 임대 업종까지 관여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또 코레일 측은 해당 터는 코레일의 자산임으로 공공용지로 활용하고자 한다면 진주시에서 매입해서 그 주체들이 알아서 할 문제이지 코레일이 지역에 기증을 하는 경우는 없다고 밝혔다.  

진주역은 1923년 진주-삼랑진 경전선  구간이 들어서면서 1925년 보통역으로 영업을 시작했다. 경전선은 90년 가까이 경남 동부와 서부 도민은 물론 영남과 호남을 잇는 교통수단이었고 그만큼 진주역은 지역민의 추억과 애환이 담긴 곳이었다. 진주역에는 대한민국근대문화유산 등록문화재 202호인 진주역 차량정비고(1925년 무렵 건립)가 있다. 

김금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