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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같이 기사

오늘 못 벌면 내일 벌면 되지

 

 

<렌즈에 비친 세상>

 

오늘도 새벽 4시, 경남 진주시 중앙시장 도로변에 자리 잡았다. 손님은 어둠 속에서 보이지 않고 쌩하고 바람만 잊지 않고 찾아온다. 7시 30분, 하나둘 찾아온다. 9시, 종종걸음으로 출근하는 사람들 사이로 정리하라는 안내방송이 거듭거듭 나온다. 이제 겨우 가져온 채소 파는가 싶은데···. 남은 채소 수레에 주섬주섬 챙겼다. 버스 기다리는 사람들 사이로 허리춤에서 꺼낸 돈을 센다.

 

거친 손마디 사이로 이율곡 선생(천 원짜리)이 한 장, 두 장, 반갑게 얼굴을 드러낸다. 반갑기야 율곡 선생의 어머니인 신사임당(5만 원권)이 제일이다. 파는 게 최고 3,000원이고 1,000원어치가 대부분인데 천원이면 어떠냐. 오늘 못 벌면 내일 벌면 되지. 내일 새벽 장을 기다리며 늦은 아침을 먹기 위해, 자신보다 훨씬 큰 수레를 이끌고 90도 꺾은 허리 뒤로 아침 햇살 배웅을 받으며 집으로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