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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같이 기사

어른들에게 일자리를 만들어 드립니다

노인문제는 개인의 문제 아니라 사회 문제

현실성 있는 급여 정책과 고용안정화 절실 


진주 시니어클럽 (관장 김현)


진주시 어린이집 연합회 카페에 올해 11월 올라온 게시글 중 진주시니어클럽 영농사업단이 김장용 절임배추를 판매한다는 내용이 있다. 절임배추 20키로에 이만팔천원. 영농사업단 어르신들이 직접 재배한 것이며, 판매수익금은 전액 노인일자리사업 참여자에게 지급한다고 되어 있다. 이전에 시니어클럽에서 올린 또다른 글 제목 중에 마늘을 판다는 내용과 설날, 추석에 참기름을 특별판매한다는 내용도 있는 걸 보면, 어린이집과 시니어클럽이 지속적으로 이런 관계를 가져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진주시니어클럽 지역영농사업단 ‘신나는 농장’은 시니어클럽 민간분야 노인일자리사업 중의 하나로, 진주시내 유휴농경지에 노인분들이 농사경험을 활용하여 농산물을 재배하고 판매하여 그 수익금을 가져가게 하고 있다. 현재 사업장은 평거동에 위치해 있으며, 열 분 정도 되는 노인분들이 고추, 마늘, 배추 등 농사를 지어 일인당 한 달 평균 이십여만원이 좀 넘는 임금을 가져 간다. 


진주시니어클럽은 (재)마산교구천주교회유지재단이 2007년 3월 경상남도로부터 지정받아 60세 이상 어르신들에게 경륜과 능력에 적합한 일자리를 찾아드림으로써 건강한 노후생활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노인일자리 창출 담당기관이다. 

개관 후 처음 만든 사업은 참기름을 만들어 파는 ‘참방앗간’ 사업. 여기서 만든 참기름을 가게에서 바로 팔기도 하지만, 지역의 학교 급식업체나 사회복지시설에 납품하고 있고, 앞으로 납품하는 곳을 더 늘려갈 계획이다. 


 영농사업단이나 참방앗간처럼 시장형 일자리사업에는 전통부각식품을 만드는 ‘(주)6088식품’이 있고, ‘함께 하는 사람들’이란 공동작업장 일이 있다. 이 작업장에서 보통 하는 일은 전단지 테이핑이나 책자 자석붙이기, 진주시보 봉투작업 등이며, 월 8일 이상 근무하고 한 달에 약 20만원 정도의 임금을 받는다. 올 해 들어 문화유산해설사업도 생겼다. 시장형 일자리는 60세 이상 분들이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으며, 특별히 일하는 기간이 정해져 있지는 않아서 건강만 허락된다면 일년내내 일을 할 수 있다.

 하지만 공익형 노인일자리사업은 성격이 좀 다르다. 기초노령연금을 받는 분들만 참여할 수 있고, 하는 일에 따라 나이 제한도 있다. 현재 이런 사회공헌형 일자리 사업으로는 스쿨존안전지킴이, EM환경지킴이, 노-노 케어, 노인학대예방사업단, 어린이집 할머니보육교사, 초등학교 급식도우미 등이 있다.


한강고 할아버지(74세)는 신진초등학교 앞에서 어린이 교통안전지킴이 일을 하고 계시며, 공익형 일자리 사업단장 일도 맡고 있다. 

“한 달에 약 12일간, 하루에 서너 시간 일하면 이십 만원을 받아요. 내가 6년째 이 일을 해 왔는데 돈은 딱 그대로야. 임금이 좀 더 올랐으면 하는 마음은 있지만, 어린이들을 돌보고 있다는 그 마음 하나로 일하고 있지. 그리고 같이 일하는 분들이랑 만나서 이런저런 이야기 하며 정보도 듣고, 일을 하고 있다는 이 자체만으로도 좋은 것이지 뭐.”

한강고 할아버지는 학부모들이 인사를 하며 고마워하는 모습을 보면 참 뿌듯하기도 하지만, 교통지도를 할 때 따르지 않고 무시하는 사람들이 있다며 그 때 좀 힘들다고 하신다.

“학원차들이 특히 학교 정문 앞에서 차를 세우고 애들을 기다리는데, 문에서 좀 떨어진 곳에서 태워가면 좋겠어.”


이 스쿨존교통지원사업에 참여하시는 분들은 진주시에 약 180명이며, 어린이 보호구역내 교통안전지도와 학교 폭력 등으로부터 사회안전망을 만드는 데 큰 역할을 해오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일할 수 있는 기간은 3월에서 11월까지이지만, 그 밖의 기간에도 임금을 받지 않고 자원봉사 형태로 일을 계속하는 분들도 계신다.


일을 할 수 있어 ‘만족’


 박말순 할머니(69세)는 올 해 영지 어린이집에서 ‘할머니 보육교사’일을 하셨다. 

 “4세반 보조교사를 맡아 일했어요. 일주일에 3일에서 4일 나가 9시30분 정도 출근하면 1시 정도까지 일을 하는데, 어린이집 사정에 따라 너무 바쁠 때는 그냥 못 와요. 좀 더 하고 올 때가 많지. 어린이집 선생님들이 하는 일이 좀 많아야죠. 점심도 제대로 못 먹고 편히 앉아 쉴 시간도 없이 움직여요. 내가 그 일을 도와준다고 생각하면 기분이 좋아요. 그리고 애들이 정말 사랑스럽고 귀여워. 무릎에 서로 앉고 어리광부리고, 할머니라서 더 그런 가봐. 애가 그 날 기분이 안 좋으면 달래주고 다독거리고 그림책도 읽어주고 그래요. 집에 오면 보고 싶지.”   

 박 할머니가 그렇게 일하고 받는 돈은 20만원. 이 돈 역시 아직 오른 적은 없다.

“돈을 좀 더 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지. 하지만 나라에서 하는 일이라 그 정도밖에 못주는 사정이 있겠지 해요. 돈도 돈이지만 이 나이에 일을 할 수 있다는 것, 출근할 수 있다는 것에 만족해요.”

 2013년 할머니 보육교사 일을 한 분은 모두 120명. 할머니 보육교사를 고용한 한 어린이집 원장님의 말이다.




“한 가족같이 잘 해 주셔서 고맙고, 일하는 시간에 아이들을 통해서 조금이라도 웃으실 수 있으면 좋겠어요. 그런데 한 가지 아쉬원 점은 9개월이 사업 기간이라 하니, 3월부터 11월까지 하시고 3개월은 일을 못하시니, 아이들도 찾고, 할머니들도 서운해하세요. 다음해부터 꼭 기간을 연장해주었으면 좋겠네요.”

 위의 일과 같이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일 중에 또 한 가지 초등학교 급식도우미가 있다. 하루 4시간 주 2~3일 일하고 역시 20만원의 월 임금을 받는다. 현재 60명의 노인분들이 일하고 있다.


 또 하나 ‘노-노케어’란 일자리가 있다. 60대의 비교적 젊은 노인분들이 나이가 많고 거동이 불편하거나 혼자 사시는 노인분들을 대상으로 정서지원 서비스를 한다. 정승자 할머니(65세)는 3년째 노노케어 일을 하고 있다. 

“내가 돕고 있는 서영애 할머니는 몸도 마음도 아프신 분이에요. 처음엔 나를 아주 못마땅해 하셨죠. 점점 이야기를 나누고 마음의 장벽을 허물기 위해 청소도 깨끗이 해드리고 말벗도 되어드렸는데 사업 기간이 끝나고 몇 개월 쉴 때도 찾아가요. 걱정도 되고, 할머니 생각도 나고 해서요. 이 분과의 인연이 계속 이어졌으면 좋겠어요.”


임금·근무기간 개선 필요


 사실 위의 공공형 모든 사업에서 참여자들이 가장 아쉬워하는 것은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시니어클럽에서 실시한 “2012년 수요처 및 수혜자 만족도 설문조사 통계”를 보면 잘 드러나는데, 첫째가 바로 임금이다. 시니어클럽 공상석 실장은 “사회공헌형 월 급여 20만원은 사업 시작 이후 지금까지 한 번도 오르지 않았습니다. 매년 소비자물가 인상폭을 감안하더라도 매우 낮은 금액이죠. 참여자들의 월보수 만족도 조사에서 60% 정도 급여에 대해 만족하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정책당국의 현실성 있는 급여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또 한 가지는 근무기간에 대한 연장이다. 공 실장은 “현행 사회공헌형 일자리 근무기간은 일 년에 7개월로 참여자들이 희망기간이라고 말한 10개월과는 많은 차이가 있습니다. 10개월 근무 기간은 혹한기와 혹서기 1개월씩을 제외한 연중 근무가능 기간을 의미합니다. 건강한 노인의 근무능력과 노인일자리 사업의 효과성을 높이기 위해 10개월 정도로 연장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한다. 


경제 활동을 하지 못하는 노인분들은 적극적인 사회 참여를 하지 못 하게 되고, 생활의 장이 축소되어 생활 만족도 또한 떨어지게 된다. 일을 할 수 있게 하는 것은 노인 복지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일이다.

노인의 문제가 한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의 문제가 된 지 오래다. 노인을 부양의 대상으로만 볼 게 아니라,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사회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 일을 할 수 있게 하는 것이 노인의 위상을 높이고, 노인의 삶의 질 향상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진주시니어클럽이 앞으로 우리 지역 노인 복지의 중심이 되는 기관으로 더 많은 어르신들이 일을 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서,  노인일자리만들기란 역할을 더 넓혀 갈 수 있기를 바란다.                   

백은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