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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같이 기사

수상한 마켓에 놀러오세요

놀이와 소통이 공존하는 작은 공간

파는 사람 사는 사람 모두 즐거운 곳


이런사람 저런모임 l  ③ 프리마켓



이렇게 오밀조밀, 알록달록, 아기자기한 것들은 다 어디서 왔을까? 알알이 윤나는 팔찌며 귀여운 양말인형이며, 꼼꼼한 바느질의 온갖 소품들이며, 색색이 비단으로 지어진 악세사리들이며, 향기로운 커피와 맛난 쿠키까지. 지난 9월의 어느 토요일, 진주교육지원청 앞 ‘수상한 마켓’의 풍경이다. ‘수상한 마켓’이라니? 듣도 보도 못한 사람들이 더 많으리라 싶지만 벌써 3년째 이 거리를 지키고 있는, 아리따운 6인의 여인들이 운영하는 프리마켓의 이름이다. 수제 악세사리를 만드는 ‘시옷’, 양말인형을 만드는 ‘노량노량’, 맛난 커피와 유기농 쿠키를 파는 ‘슬렁슬렁 오가닉’, 실크악세사리를 만드는 ‘은실화’, 천연비누부터 모기퇴치제까지 없는 거 빼고 다 있는 ‘점방’, 패브릭제품을 주로 만드는 ‘재봉이 놀이터’. 다들 어찌나 이름도 어여쁘신지…. 예쁜 물건들에 반하고 이름들에 한 번 더 웃게 된다. 

진주우체국에서 진주초등학교로 이어지는 비봉로 길. 언제부터인가 이 거리에 아기자기한 커피집이나 밥집, 옷이나 조그만 소품을 파는 가게들이 들어서기 시작하더니 이젠 소소하나마 한번 들러 볼 만한 거리풍경이 연출되고 있다. 거기서 매주 둘째, 넷째 주면 비오는 날을 제외하고 벌써 3년을 ‘수상한 마켓’이 장을 펼치고 있다. 지난 골목길 아트페스티벌에서도 인기리에 장을 펼치신 그분들 말이다.


비록 작은 규모의 장이지만 그래도 3년을 지켜왔다는 것은 예삿일이 아닐텐데 그 과정은 어떠했을까? 아무래도 장을 펼친 곳이 야외이다보니 바람이 많이 부는 날은 물건들이 제멋대로 날아가 주우러 다니기 바빴고, 한여름이나 추위가 기승을 부리는 겨울엔 밖에 서 있기도 힘들었다고 한다. 그리고 각자에게 일이 생기면 그 주에 장이 서기도 힘들어 혼자 장을 여는 날도 있었고, 물건을 4~5시간 펼쳐놓아도 만원 한 장 벌기 힘든 날도 있었다고 한다. 검증 안 된 물건을 들고 나와 팔기도 하는 사람, 차마 남에게 보이기 민망한 낡은 물건도 팔려고 펼치는 사람도 있었으나, 가장 힘들었던 것은 ‘돈도 안 되는 일을 왜 하는지 모르겠다’는 사람들의 시선이었다고 한다. 



그러면서 마켓이 없어질 위기도 몇 번 겪었다고 하는데, 그러함에도 아직 이 거리를 꾸준히 지키고 계신 이 분들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여태 장을 펼쳐 오셨을까? ‘슬렁슬렁 오가닉’의 박해경씨는 “소통”과 “놀이”를 꼽았다. 비록 작은 공간이지만 손재주 있는 사람들이 모여 자신의 작품을 선보이고 서로 소통하고 즐겁게 같이 ‘노는’ 하나의 문화를 만들어갔으면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거기엔 또 일정한 기준이 있다. 비록 손으로 만들긴 하지만 각자가 만드는 물건은 수준 높게, 재료비에 인건비까지 따지면 장을 연다는 것도 힘들지만 주머니 속 쌈짓돈이 큰 부담없이 나올 수 있게 가격은 합리적으로, 그리고 서로에 대한 배려로 겹치는 물건은 없게 하자는 것. 그래서 물건을 사는 사람도 만드는 사람도 다 같이 즐거울 수 있는 그런 마켓이었으면 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민간 주도형 장터는 홍대 앞 프리마켓이라고 한다. 매주 토요일 홍익대 정문 건너편 놀이터에서 젊은 작가들이 만든 미술품과 수공예품을 만날 수 있다고 하는데, 그 외에도 대전의 아트프리마켓, 부산의 지구인 시장 등 곳곳에 장터가 서고 있다. 

‘수상한 마켓’이 서는 교육지원층 앞 거리는 작은 커피가게나 밥집, 옷가게 등이 예쁘게 들어서고 골목길 페스티벌이 진행되면서 하나의 문화거리로 바뀌고 있다. 뜻있는 분들이 또 함께 한다면 다른 도시들처럼 우리가 즐길 수 있는 예쁜 쉼터가 또 하나 생길 수 있지 않을까? 

여러분께서 복잡한 시내의 어느 곳에 출타하신다면 한번쯤 교육지원층 앞으로 마실을 가보시라. 향기로운 커피와 함께 당신을 유혹하는 작은 즐거움들이 거기 있을 것이다.      

김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