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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같이 기사

“어른 되어도 결코 잊지 않겠다”

 

어른 되어도 결코 잊지 않겠다

세월호 침몰 사고가 일어난 지 한달이 넘었다. 그런데 아직도 가족들 품으로 돌아가지 못한 채 억울한 바다속에서 나오지 못한 실종자가 있다. 수학여행 들뜬 마음으로엄마, 아빠와 통화하고 카톡을 주고 받았던 친구들, 어이없는 죽음을 맞기 바로 전까지도 밝은 모습으로 이야기하고 다른 친구들을 걱정하는 동영상을 보고 얼마나 울었는지 모른다.

 

믿기 힘든 사실, 실시간으로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며 어찌 할바를 몰랐다. 친구들과 얘기를 하다가도 뉴스를 보다가도 나 자신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눈물이 흘렀다. 같은 2학년 똑같이 수학여행을 앞두고 있었던 우리들이었기에 그 충격은 너무나 컸었다.

 

간절히 한 명이라도 살아 돌아오길 두손 모아 기도하는 일 외엔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것이 없는 무기력함, 그런 하루하루를 보내면서 그 친구들의 가족들을 떠올려 봤다. 엄마 아빠의 마음이 어떠할까? 또 수없이 엄마, 아빠의 이름을 불렀을 친구들은 어떠했을까? 과연 누가 그런 감당할 수 없을 고통을 준 것인지, 작은 분노가 온 몸을 가득 채웠다.

 

510, 늦었지만 분향소에라도 가야겠다는 마음이었다. 경남 진주에는 분향소가 없다는 말에 친구와 함께 가장 가까운 창원 분향소에 갔다. 경남도청 주차장 한 구석, 더운 아스팔트 위. 희생자들을 위한 분향소는 생각보다 너무 작고 초라했다. 묵념한 후에도 쉽사리 발이 떨어지지 않았다. 같은 나이이기에 느낄 수 있는 복잡한 감정이 나를 울적하게 했다.

 

이 사건의 진실은 도대체 어디서부터 찾아야 할까. 한 달 넘게 날마다 모든 언론들이 세월호 이야기만했지만 여전히 이 사건의 진실은 희미하기만 하다. 왜 조작을 하고, 왜 구조를 하지 않았고, 왜 숨기는 것이 그리 많은지 우리는 여전히 알 수가 없어 보인다. 앞으로 우리에게 진실을 알려 줄까?

 

사고가 날 수 밖에 없는 배, 파렴치한 선장과 선원들, 돈벌이에 눈먼 기업, 도저히 신뢰할 수 없는 해경과 정부, 우리나라 대한민국의 모습에 절망했다. 우리가 이런 나라에 살고 있었다는 것이 믿기지 않았다. 선진국을 눈앞에 두었다면서, 경제대국, IT강국, 세계최고의 기술력, 군사력등의 수식어가 자연스런 대한민국 아니었나? 그런 나라에서 사고는 어쩔 수 없다고 해도 어떻게 수백명중 단 한명도 구하지 못할 수가 있다는 것인지 여전히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나라면 어땠을까? “선실에 가만히 있으십시오.” 반복해서 울리는 그 안내방송에 대한민국의 어느 고등학생들도 다 따랐을 것이다. 우리는 그렇게 배웠고 그것이 옳다고 믿었으니까. 한편으로는 그런 생각이 들었다. 과연 그 배에 학생들이 아닌 모두 어른들이 타고 있었다면 그런 방송을 계속 할 수 있었을까? 또 방송을 한다한들 우리 학생들처럼 어른들이 그대로 꼼짝 않고 자리를 지키고 있었을까? 화가 난다. 어른들 말 잘 들었던 죄가 그리 클 줄 어찌 알았을까?

 

얼마 전에는 박근혜 대통령이 안산 합동분향소에서 할머니 한 분을 섭외해 언론에 보이기 위한 사진을 찍어 조문을 연출했다는 기사가 떴다. 만약 그것이 사실이라면 희생자를 여론몰이를 위해 이용한 것이 된다. 선거를 앞둔 데다 여러 곳에서 책임을 물어오니 지위가 위태로워져 한 행동이겠지만, 왜 이런 상식이하의 행동이 오히려 독이 됨을 모르는 것일까? 본인의 의사였든, 주변의 권유였든 간에 300여 명의 희생자 앞에서 정부는 좀 더 신중해야 했다. 한두 명도 아니고 수백 명의 학생들과 시민이 억울한 죽음을 맞이했고 그 또한 정부의 책임이지 않은가? 그런데 대통령이 쇼라니. 책임을 회피하고 진실을 외면하며 자꾸 국민들을 속이려고만 하는 정부를 3년 후 어른이 된 우리가 지지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한 달이 넘어선 지금 달구어진 냄비언론은 차차 식어가고 있다. 방송은 물론 각종 포털사이트와 신문사의 엄청난 취재 열기도 차츰 식어간다. 모 메신저 앱의 프로필사진은 일주일 전만 해도 노란 물결을 지키고 있었다. 냄비 끓기 식 언론자체를 욕하는 것은 아니다. 시간이 지나고 각자의 삶으로 돌아가면 관심이 줄어드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가장 안타까운 것은 관심만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이 가슴 아픈 사건들을 잊고 지내게 된다는 것이다. 우리는 아직 친구들이 왜 죽었는지도 모르는데 말이다.

 

사고가 아니다. 정말 나쁜 우리나라가, 더 나쁜 어른들 때문에 죽은 아이들이다. 또 시간이 지나면 언론이 잊고 정부가 잊고 어른들이 잊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 청소년들은 잊지 말고 꼭 기억해야 한다. 수학여행이 취소됐고 체육대회가 취소됐다고 아쉬워만 할 것이 아니라 그들이 왜 억울한 죽임을 당해야 했는지 그 죽음의 책임은 어디에 있는지 알고 사회를 올 곧게 볼 수 있는 눈을 가져야 한다. 또한, 그런 지혜를 바탕으로 똑바른 의식을 가지고 이 나라를 바른 방향으로 이끌어야한다. 남은 우리가 잊지 않고 그 친구들의 몫만큼 성숙한 국민으로 자라는 것이 그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최선이 아닐까 싶다. 우리가 어른이 되면 적어도 지금과 같은 나라를 만들어서는 안 된다.

 

청소년 공동체 <필통> 기자단 지해인(진주삼현여고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