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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같이 기사

“세월호, 그냥 넘어가서는 안되는 일”

경남 진주 차없는 거리에서 세월호를 얘기하다

 

진주청소년신문 <필통>, 거리 설문조사

 

지난 510일 토요일 필통 학생기자단 학생들은 경남 진주 시내 차 없는거리로 나갔다. 이젤 몇 개와 함께 만든 스티커 투표판을 설치했다.

 

세월호 참사 후 자신의 친구들이 차가운 바닷물에서 생을 달리하고 억울한 주검이 되어 돌아오는 믿을 수 없는 현실 앞에 아이들은 슬픔을 넘어 답답해 했다. 자신이 죽어 간 친구들을 위해 그 가족들의 절망 앞에 아무것도 할 수 없음에 생기를 잃은지 오래였다. 고민하던 몇몇 기자 아이들이 거리에 나가 많은 사람들과 세월호 이야기를 해보자고 제안한 것이다.

 

아무일 없다는 듯 평온하기만 한 거리에 노란 리본을 단 몇몇 아이들이 커다란 스티커판을 세우며 외친다.‘ 여러분 세월호 희생자들에게 추모의 글을 남겨 주세요’‘ 누구에게 가장 큰 책임을 물어야 할까요?’ 따스한 햇볕의주말 거리의 분위기가 갑자기가 바뀌는 듯 했다.

 

 

차분한 얼굴, 웃음기 사라진 모습으로 어린 꼬마부터 백발의 할머니까지 혼자말을 중얼거리며 스티커를 붙여댄다.

 

멀리서 친구들의 카톡을 보고 뛰어오는 학생들도 보였다. 자그마한 스티커는 빈 공간을 조금씩 채워갔고 그 순간만큼은 모두들 이런 저런 세월호에대한 얘기들을 쏟아 냈다.

 

어떤 아주머니는 학생기자의 손을 꼭잡고 이건 그냥 넘어가면 안 되는 일이다고 신신당부를 하며 주머니에서 5천원을 꺼내 음료수라도 사먹으라며 건냈다고 한다.

 

거리의 많은 청소년들과 시민들이 빼곡이 붙여 놓은 스티커판과 메모지판을 들고 오며 아이들은 얘기했다. ‘그래도 몇 시간 동안 많은 사람들에게 세월호를 생각하게 했잖아요’‘ 뭐라도하고 싶었는데 작은 몸부림이지만 꿈틀거려 본 것 같아 조금은 시원해요라고 미소를 지어 보인다. 곧장 필통사무실에서 기자들은 스티커 수를 세고 메모지를 확인하며 신문에 실을 기사를 준비했다.

 

뒤에 들은 얘기가 있다. 며칠 전 경남 마산 창동의 상인회에서 세월호 관련 촛불추모제를 하지 못하게 방해하는 뉴스와 동영상이 화제가 되었다. 필통의 학생기자들도 이날 차 없는 거리에서 비슷한 일이 있었다고 했다. 상인회 간부라는 아저씨가 와서는 스피커판을 치우라고 했다는 거다. 아이들이 이미 허락을 받았다며 왜냐고 따져 묻자 정치적인 행사를 하면 안 된다고 막무가내였단다. 단순한 세월호 추모관련 설문조사 같은거라고 항변하니 정부를 비판하면 정치적인 행사다라고 했다는 것이다.

 

학생기자들은 물었다. ‘정부라는 것은 언제 어디서나 국민의 비판을 받을 수 있어야 되는 것 아니예요?’ 어른들의 상식은 아이들의 그것과 참 다르다.

 

이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