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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같이 기사

서울등축제 반대운동 “해도해도 너무해”

반대운동에만 7억원 쏟아부울 판

일부에선 ‘정치 목적 변질’ 우려


진주시 주도로 시작된 서울 등축제 반대 운동이 날이 갈수록 참여 인원과 규모가 커지고 있고, 운동방식도 강경해지고 있다. 또한 시가 등축제 반대 예산으로 이미 2억원을 집행한 것에 더해, 추경예산에 5억원을 추가로 편성한 것이 알려지자 ‘낭비적이고 지나친 대응’이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일부에서는 행정력을 앞세운 여론몰이식 반대운동이 자칫 정치적 용도로 변질될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지난달 31일 서울등축제 대응 비상대책위는 문산 종합경기장에서 2만여명의 시민이 참여한 가운데 궐기대회를 열었다. 궐기대회에는 지역 읍면동별 유관단체는 물론 각종 사회단체까지 참가했다. 지역 국회의원과 시·도의원, 진주시장이 참여한 것은 물론이다. 운동장 주위에는 “정체모를 짝퉁축제, 서울 한복판서 웬일이냐”, “지역문화 말살, 지역경제 파탄”과 같은 문구와 함께 “등축제 중단 못한다는 박원순은 서울시장 자격없다”, “박원순은 각성하라”등 박원순 시장을 직접 공격하는 문구까지 등장했다.

이창희 진주시장은 연설에서 “박원순 시장은 서울등축제는 모방축제임을 인정하고 서울등축제 중단 결단을 내려줄 것을 강력하게 촉구한다”고 밝혔다. 


진주-서울시 입장 평행선




이날 반대운동 외에도 진주시에서는 각종 단체들이 주도하는 서울등축제 반대운동이 지속적이고 산발적으로 일어났다. 특히 이창희 시장이 단체장으로서는 이례적으로 서울시청 앞에서 ‘1인시위’를 벌인 이후로 반대운동의 열기는 더욱 달아올랐다. 




또한 장애인 단체와 여성단체, 동문회는 물론 예총, 향교까지 반대운동에 나섰고, 일부에서는 학생과 어린이까지 동원해 반대운동은 그야말로 전시민적 ‘궐기’로 확산되는 분위기다.28일에는 진주시의회 복지산업위원회(위원장 신정호) 소속 시의원 5명이 서울시의회 앞에서 의회 출석을 하는 박원순 시장을 가로막고 면담을 요구하며 몸싸움을 벌였고, 일부 단체에서는 진주시청 앞에서 삭발식을 벌이기도 했다. 




이미 20개가 넘는 단체가 기자회견을 열었고, 일부 단체와 시의회 의원들은 상경시위와 박시장 면담요구를 릴레이로 벌이고 있다. 

하지만 이처럼 반대운동이 확산 과열되고 있는 것과는 달리 서울시와의 갈등을 해결하려는 노력이나 방안들은 제대로 나오지 않고 있다. 진주시는 “서울시가 등축제 개최를 전면 중단해야 한다”는 입장에서 물러나지 않고 있고, 서울시는 “중단만을 요구할 경우 진주시 관계자를 만날 이유가 없다”며 예정대로 11월 등축제를 개최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동안 서울시와 진주시간에는 실무 협의가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모방축제’ 논란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3월까지 서울시 공무원들은 수차례 진주시를 방문했다. 이 과정에서 서울시는 청계천 등축제 구간 중 30%를 진주 유등축제 홍보구간으로 내어주고, 서울시가 가진 모든 홍보수단을 이용해 진주유등축제를 알리겠다는 제의도 했다. 또한 ‘모방’ 논란의 대표 사례인 ‘소망등 터널’을 없애기로 하고, 축제의 주제를 ‘백제 한성의 꿈’이란 이름으로 서울시 역사에 한정하기로 했다.


하지만 올해 5월 진주시는 “서울시의 상생협력 방안은 검토 가치가 없고, 유일한 해결책은 진주유등축제를 모방한 서울등축제를 즉시 중단하는 것 뿐”이라며 “상생을 바란다면 등축제 전 구간에 남강유등축제를 100% 초청하고 모든 비용을 서울시가 부담하라”고 통보했다. 사실상 ‘협상 단절’을 선언한 것이다. 

이 공문이 전달된 이후 진주시는 반대운동을 본격화하기 시작했고, 관련 예산 편성과 서명운동, 릴레이 기자회견 등 물리적 행동들이 이어졌다.


 반대운동 성과는 얼마나?


수억원의 예산 투입과 3개월여간 지속된 반대운동이 어떤 성과를 낳았는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일 수 밖에 없다. 동양권의 일반적인 문화행사인 등축제를 특허로 등록할 수도 없는데다, 국비 지원 없이 자체 예산으로 치르는 서울 등축제 행사를 막을 수 있는 실질적인 방법이 전무 하기 때문이다. 진주시가 호언한 손배소송도 실제로는 가능하지 않은 ‘허언’일 수 밖에 없는 이유이다. 


이에 따라 진주시의 반대운동이 확산되고, 논란이 전국으로 확산된 이후에도 서울시는 “예정대로 등축제를 열겠다”는 기존 입장에서 한치도 물러서지 않고 있다. 


진주시민들도 별다른 진전 없이 반복적으로 계속되는 반대운동에 피로감을 드러내고 있다. 특히 각 정당들은 1년도 채 남지 않은 시기에 지방선거를 앞두고 있어서 민감할 수 밖에 없다. 


 ‘정치에 이용될라’ 경계


노동당 진주시협의회 백인식 사무국장은 시내 곳곳에 주체도 명시되지 않은 서울 등축제 비난 현수막들이 모두 불법이라며 진주시에 철거할 것을 요구했다.  

관련법에 따르면 시 지정 게시대 외에는 원칙적으로 현수막을 걸 수 없고 시는 이를 철거할 수 있다. 다만 정당의 정책이나 집회를 알리는 현수막은 정당법에 의해 보호를 받는데, 이 경우에도 정당의 이름이 명시돼야 한다. 

진주시는 백씨의 지적에도 불구하고 태풍을 핑계로 오는 추석까지 현수막을 철거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통보했다. 


민주당 진주시위원장인 정영훈 변호사도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등축제 반대운동의 정치적 이용을 경계하는 글을 올렸다. 그는 8월30일 ‘복지부를 나서며’라는 글에서 “의료원은 비새누리당의 이슈인양, 유등축제는 내년 지방선거를 준비하는 새누리당 소속 정치인들의 사전선거운동 꺼리인양 흘러간다. 정치가 통합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주민들까지 동원하여 갈등과 분열을 조장한다”고 지적했다.


정치권에서는 등축제 반대 운동이 박원순 시장에 대한 비난과 책임 추궁으로 분위기가 쏠리는 것에 대해서도 경계를 하고 있다. 

진주시청 페이스북 페이지나 각종 인터넷 게시판에서도 “오세훈시장이 시작할 당시에는 아무런 문제를 삼지 않다가 박원순 시장이 들어서자 크게 문제 삼는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편, 진주시는 지난번 시의회 임시회에서 논란 끝에 2억원의 등축제 반대운동 예산을 통과시킨데 이어, 2차 추경예산에 5억원을 추가로 사용하겠다고 밝혀 반발이 예상된다. 이 돈이 그대로 통과될 경우 7억원이라는 사상 유례 없는 관제데모 예산이 편성되고 집행되는 첫 사례로 기록될 전망이다.

지난해 진주시 총예산에서 진주지역 전체 문화예술인단체에 대한 지원금은 모두 11억8천만원에 불과했다. 또한 이 돈은 올해 예정된 서울등축제 전체 예산 10억9000만원의 64%에 해당하는 규모이다.

서성룡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