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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같이 기사

생명 평등 평화를 이주여성과 함께 - ‘경남이주여성인권센터’가 진주에 있다

닮은 듯 다른 얼굴과 피부색을 가진 이주여성들을 주위에서 만나는 것은 이제 특별한 일이 아니다. 특히 산부인과나 소아과에 가면 이전보다 우리 지역사회에 이주여성들이 확연히 많아졌다는 것을 실감하게 된다.

 

2013년 이주인권여성센터 송년회

 

이미 우리 사회는 다문화사회로의 전환기에 접어들었다. 2012년 기준으로만 보아도 국내 체류 중인 외국인은 139만명, 전체인구의 약 2.6%에 해당된다. 특히 2000년대 이후 본격적으로 늘어난 국제결혼 이주여성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2000년대 중반 이후 정부는 다문화가족 지원정책을 펴면서 결혼이주여성의 적응에 초점을 맞췄다. 그러나 그에 따른 방비책은 실효성이 없어 보인다. 결혼이주여성의 이혼율과 사건사고의 증가가 이를 반증한다.

 

2001년에는 이혼 건수가 387건이었지만 2011년에는 8,349건으로 증가했다. 언어소통과 문화차이, 자녀의 교육문제가 주요 원인이라고 한다. 하지만 간과해서는 안 될 부분이 있다. 이주여성의 인권유린이다. 최근 몇 년 새 이주여성들이 가정폭력으로 죽음에 이르거나 가해자인 남편을 살해하는 등 끔찍한 사건들이 늘어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우리사회에서 차별 받고 인권을 침해당하고 있는 이주여성들을 위해 활동하는 단체가 바로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다. 경남이주여성인권센터는 전국 6개 지부 중의 하나다.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는 한국에 거주하고 있는 외국인이주여성의 인권과 복지를 위해서 활동하고 있는 비영리민간단체다. 2001년 외국인노동자의집 설립과 함께 활동을 시작했고, 2003년 센터로 인가 받아 본격적인 이주여성을 위한 운동을 펼쳐 왔다. 정부 지원을 받는 곳이 아닌 시민단체다 보니 선뜻 뜻을 내어 지부를 만들고자 하는 사람들이 많지 않다.

 

경남이주여성인권센터 대표 이둘녀 씨는 20114월에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경남지부를 만들어낸 주인공이다.

지역의 현안은 그 지역민이 가장 잘 알고 대안들 또한 제시할 수 있어요. 경남에서도 이주여성에 대한 프로그램과 지자체 지원이 되는 단체들은 많이 생기고 있는데 실제적으로 필요한 이주여성 인권 상담을 하거나, 당사자인 이주 여성을 인권 전문가나 활동가로 키우는 곳이 없었습니다. 활동가들과 함께 사업계획서를 만들고, 관련자료를 수집하며 교육을 받는 몇 달간의 활동을 본 뒤 지부 설립을 허가받을 수 있었어요. 활동가들의 의지를 통해 지역에 귀한 단체를 만들게 된 것이죠.”

 

정부지원을 받지 않는 시민단체고, 이주여성 인권이라는 간판을 걸면서 어디에서 지원을 받을까 하는 고민은 아예 하지 않았다고 한다. 운영은 개인 후원으로 이루어지며, 활동가들이 후원사업으로 물품을 만들어 판 수익금도 보탬이 된다. 그리고 물적인 후원도 큰 힘이 되지만, 실제 현장에 몸으로 부딪히며 활동에 참여하는 후원은 센터 운영에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것이다. 현재 경남에는 1만명 가까이 되는 결혼 이주여성이 있고, 그 중 진주지역이 3,500명 정도로 인구대비 이주여성이 많이 거주한다.

센터에서는 가정폭력이나 가정불화, 체류권, 취업 등에 관련된 내용의 상담을 하고 있고, 교육, 정책 연구, 활동가 모임, 지역연대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2012년부터 시작한 다문화인식개선을 주제로 하는 까만 달걀이라는 인형극을 직접 제작해서 지역의 어린이집이나 학교를 다니며 하고 있어요. 아이들 반응이 아주 좋아요. 올해는 이라는 인형극단을 만들어 더 판을 키워볼 요량입니다. 이주여성 당사자들은 인권전문가 교육을 통해 사회전반적인 내용의 교육을 받는 것을 좋아합니다.”

사회복지를 전공한 이둘녀 대표는 2006년부터 정부에서 만든 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서 일을 하다가 그만둔 뒤 2년 정도 다른 일을 했다. 하지만 주위에 활동하던 이들과 더불어, 이주여성들을 위해 일해야겠다는 생각을 다시 하게 되었고, 경남이주여성인권센터를 만들기에 이르렀다.

 

머리와 글로만 다문화를 이해하기는 싫었어요. 세상이 변하기를 바란다면 실천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금은 가진 게 아무것도 없지만, 이주여성들이 당사자 인권 전문가 교육을 받으면서 변화를 시도하고 있고,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며 희망을 봅니다. 우린 혼자가 아니니까 뭐든 해낼 수 있을 거란 믿음과 힘도 생깁니다.”

 

이 대표는 우리 사회의 이주여성들을 위한 제도나 정책에 개선할 점이 많다고 꼬집는다.

결혼이주여성들이 초창기에 가장 힘들어 한 것은 언어와 문화입니다. 그러나 지금 그 분들에게 필요한 것은 안정적인 일자리나 기술이고, 자녀 양육에 필요한 서비스입니다. 이주여성이 결혼해서 1년간 살다가 다시 1~2년 체류권 연장을 하게 되어 있는데, 2년 이상 거주해야만 국적을 신청할 수 있습니다. 자녀를 출산하고도 국적을 취득하지 못해 체류권 연장일이 다가오면 남편 눈치를 본다고 합니다. 결혼이란 게 해외여행도 아닌데 체류권으로 불안해하고 가정폭력이나 인권유린 등 범죄를 당해도 체류권 때문에 집을 나오지 못해 비참하게 생을 마감하는 경우가 발생하는 게 현실입니다. 가정폭력이나 성폭력으로 상담을 할 이주여성상담소 설치와 권역별로 있는 쉼터를 확대해야 합니다. 또 무조건적인 서비스를 하기 보다는 꼭 필요한 서비스 외에는 소득수준에 맞는 서비스가 이루어져 중복지원이 없어야 합니다. ‘다문화가정이라는 울타리안에 가두어 또다른 편견을 일으킬 것이 아니라, 현대사회의 다양한 가정 중 한 가정으로 인정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주여성 인권전문가 양성과정 수료식

이주여성들은 자연스럽게 공동체 안에 어울려 살기를 원하는 분들이 많은데 학교나 정부에서 다문화가정을 특별한 것처럼 대우하는 것에 오히려 어색함을 느낀다고 한다.

다양한 문화를 가진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한 사회공동체를 이루고, 서로가 문화들을 존중하고 받아들일 때 진정한 다문화사회가 이루어진다는 이둘녀 대표의 말을 들으며, 경남이주여성인권센터가 앞으로 할 중요한 일이 많겠다는 생각을 한다.

 

*후원이나 활동을 원하시는 분은 연락주세요

(경남이주여성인권센터 : 055-741-6355)

 

 

* 사진제공 경남이주여성인권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