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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같이 기사

진주시장께 바랍니다

진주시장께 바랍니다

 

민선 6기 진주 시장으로 당선된 이창희 시장님께 축하를 드립니다.

 

새누리당 시장과 진주시의원의 대부분을 새누리당으로 선택한 이번 진주지역 6·4 지방선거는 또다시 감시와 견제의 기능이 제대로 이루어지기 어려운 정치지형이 되고 말았습니다. 그래서 저는 지방자치단체장의 역할과 노력이 너무나 중요하다고 느끼기에 부족한 저의 생각이지만 감히 밝히고자 합니다.

 

민선 5기 시장으로서 이창희 시장님께서 펼친 시정을 저희 진주참여연대에서는 주민생활개선을 위해 노력하신 점과 부채를 줄여 재정건전성을 높인 점, 그리고 사회적 약자의 인권보호를 위한 무장애 도시 선언과 같은 사회적 약자를 위한 정책 등을 높이 평가했습니다. 이 뿐만 아니라 공약 가운데 하나였던 아파트형 공장을 무리하게 추진하지 않고 합리적으로 처리하시는 등 안정되고 큰 굴곡 없는 진주시민의 4년을 보내신 것을 좋게 보았습니다.

 

하지만 진주의료원 폐업 사태를 시장 권한 밖의 일로 내몬 점은 진주시민의 건강권이 위협받고 진주의 소중한 역사와 전통이 강탈당하고 있는데도 뒷짐 지고 있는 수장의 모습과 다름없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시장님, 진주는 역사입니다

 

새로 시작되는 민선 6기 진주시장의 임무는 새로운 정책을 펴는 것도 중요하지만 예로부터 진주를 진주답게 하던 역사와 전통을 잘 지키고 가꾸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진주는 곳곳이 역사이며 문화입니다. 103년을 이어온 진주의료원은 한국 근현대의료사의 중요한 근간이며 지금도 내일도 진주시민의 건강권과 생활기본권을 지키고 보호해주는 소중한 곳입니다. 진주는 역사입니다. 시장님의 공약 가운데 쾌적한 건강도시살기 좋은 복지도시 진주의실현도 공공의료기관인 진주의료원의 존폐로부터 자유로울 수는 없지 않을까요?

 

문화는 삶의 최고 가치입니다

 

앞선 임기동안 시장님께서는 남강유등축제와 관련하여 서울시와 다투기도 하고 해외로 알리는 일에 애를 많이 태우셨습니다. 이런 시장님의 노력을 지켜보면서 진주시민들은 문화도시로서 진주의 미래를 기대하기도 하고 진주시민으로서 자부심을 갖기도

하였을 겁니다. 하지만 지방문화제의 효시라고 불리는 진주개천예술제의 현주소나 북 평양 남 진주라 불리던 진주 풍광의 현재모습, 남강유등축제, 진주 문화원의 운영실태, 진주 예술인에 대한 처우 등을 볼 때, 예술과 전통의 도시였던 진주의 미래는 안개 속으로 사라집니다.

 

문화와 예술은 쇼가 아닙니다. 축제란 볼거리나 먹을거리, 살거리만을 제공하는 것이 아닌 진주시민이 스스로 참여하는 주체임과 동시에 즐기는 관객으로 진주시민의 창의성과 역동성, 행복이 하나로 드러나는 해방의 공간이자 창조 공간이여야 합니다. 지난

시절 훌륭했던 많은 사람들이 진주에서 나왔던 까닭은 진주가 바로 이러한 문화 예술 학문의 도시로서 충분한 정신적 자양분을 공급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농업은 삶의 그루터기입니다

 

지난 해 국제농식품박람회에 쏟은 시장님의 관심이나 이번 공약에서 희망찬 미래도시 진주가운데 농업과 관련한 사업들을 제안 하신 것은참으로 다행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과거 진주의 경제적 토대는 농업이었습니다. 아마도 경남농업기술원이 진주에서 100년을 맞게 된 것도 바로 이런 까닭이 아니겠습니까? 시장님께서도 농업기술센터를 신축하여 진주농업을 진작시키고 크게는 세계적인농업도시를 그리고 계시는 것 같아 기

대가 됩니다. 화석연료시대의 종언은 머지않은 장래에 현실화 되리라 봅니다. 이는 완전히 다른 세상을 의미하는 것이겠지요. 그러므로 지금 생명의 동아줄인 농업도시 진주를 구상하시는 것은 매우 시의적절한 공약이라 생각합니다. 농업을 너무 경제적 가치의 대상으로만 보지 말고 농자천하지대본이라는 말이 뜻하는 바를 되새기며 허울뿐인 농업정책이 아닌 진주의 미래를 책임질 값진 공약이 되길 간절히 바랍니다.

 

살기 좋은 복지도시는 돈이나 제도만으로 되지 않습니다

 

시장님은 장남감은행이며 무장애도시 선언뿐만 아니라 일자리 창출 및 어르신 복지 향상을 위해 남다른 애정을 쏟고 계신다고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시장님의 관심에 비해 시민들은 크게 달가워하지 않는 듯합니다. 이는 한국사회의 구조적인 모순에서 기인하는 바가 크지만 그나마 정부의 지원이나 관심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적절한 때에 골고루 집행되지 못하는 제도적 한계와 허점에서 오는 결과이기도 합니다. 화려한 정책 개발 보다는 단하나의 복지사업이라도 시장님의 마음이 온전히 시민들에게 전달될 수 있도록 애써주시기 바랍니다. 또한 지원이 필요한 사람들이 도움이나 받는 존재로, 사회의 나머지 인생이라는 수동적이거나 패배주의자로 머물게 하지 말고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 필요한 자리에 주체적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하시면 좋겠습니다.

 

시장님께서는 오랜 행정경험과 높은 식견을 가진 분으로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난 임기 동안 시장님의 경험과 식견이 기대만큼 시정에 투영되지 못하지 않았나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진주는 지금까지 쌓아온 역사의 보배들을 하나씩 빼앗기고 잃어가는 시간의 연속이었습니다. 그동안 진주를 대표하던 많은 사람들은 한결같이 자신만이 진주를 발전시킬 수 있고 찬란한 역사와 전통을 이어갈 수 있다고 목 터지게 외쳤지만 돌아오는 결과는 언제나 뺄셈의 역사였습니다. 또다시 뺏김과 잃음의 시간들이 반복된다면 지금 진주에서 자라는 아이들은 시장님께서 사회생활 하시면서 받고 느꼈던 진주 사람이라는 자부심이나 관심을 갖지는 못할 것입니다.

 

누가 어떤 정치를 하느냐에 따라 백성들의 삶이 순식간에 달라질 수 있는 게 정치라고 알고 있습니다. 이번 민선 6기 시장님은 아무쪼록 우리 진주시를 잘 이끌어주셔서 훗날 진주시민에게도 박수를 받고 역사 속에서도 본보기가 되길 간절히 바랍니다.

 

최성철 (진주참여연대 상임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