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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같이 기사

협동조합의 길찾기, 대학이 나서다

 

세계 협동조합의 날은 매년 7월 둘째주 토요일. 지난 75일은 올 해로 92회째 되는 세계협동조합의 날이었다. 해마다 국제협동조합(ICA)에서는 협동조합의 날 주제를 정한다. 2013년 주제는 위기의 시대에도 강한 협동조합”, 2014년 주제는 모두를 위해 지속가능한 발전을 이루어내는 협동조합이다.

우리나라도 2012년 발효된 협동조합 기본법에 같은 날을 협동조합의 날로 정했고, 올 해가 2회째 맞는 협동조합의 날이었다. 이제 불과 두 번의 협동조합의 날을 맞이했지만 협동조합 기본법 발효 뒤, 5명만 모이면 누구나 협동조합을 만들 수 있게 되었고, 점차 많은 사람들이 지금의 팍팍한 삶을 벗어나기 위한 방법으로 협동조합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1월과 2월에 연이어 경남도와 진주지역에서 협동조합 활성화 지원조례가 제정되어 통과되었다. 얼마나 지원되고 실질적 도움을 가져다줄지는 지켜봐야겠지만, 적어도 사회적 약자층이 숨쉴 수 있는 대안적 경제 활동에 힘이 될 것임은 분명하다.

지난 523일 경남과학기술대학교 사회적경제 전문인력 양성사업단에서 경남지역 사회적경제 확산을 위한 워크숍을 주최하여 관련 단체와 사람들의 참여를 이끌었다. 학계에서 협동조합과 사회적경제를 확산시키기 위한 적극적인 의지를 가지고 만든 자리라는 점에서 주목할만하다. 연이어 7월에는 3일부터 주 1회씩 총 4회로 협동조합 맞춤형 아카데미를 열었다. 협동조합 관련 종사자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는 실무 교육과정인 셈이다. 경남과학기술대 100주년기념관에서 열리고 있으며, 3일에는 구례에 있는 아이쿱생협 물류단지 및 공방견학으로부터 시작하여, 조직관리, 재무분석과 세무관리, 협동조합의 사업모델을 연구해보는 좋은 배움의 기회가 될 듯하다.

이에 경남과기대 사회적경제 전문인력 양성사업단장을 맡고 있는 박종현 사회경제학과 교수에게 그간의 진행상황에 대한 의견과 앞으로의 계획 등을 들어보았다.

 

7월부터 협동조합 맞춤형 아카데미 열어

협동조합 방식 새로 도입하는 곳에 도움

 

 

523사회적 경제 확산을 위한 워크숍을 처음 기획했던 취지는 무엇이었고 평가를 간략히 한다면

최근 우리 경남과기대에서는 사회적경제 전문인력 양성사업을 새롭게 추진 중입니다. 5월에 있었던 사회적경제 확산을 위한 워크숍도 그 일환으로 열렸던 것입니다. 이때 사회적경제 전문인력을 양성하려면 가장 중요한 게 우선 현장의 전문가들과 긴밀한 관계를 형성하는 일이라고 생각했어요. 학생들이 결국 일할 곳이 바로 사회적경제 현장이고, 학생들을 채용해서 일을 시킬 분들이 바로 협동조합, 자활기업, 사회적기업, 마을기업 등 다양한 사회적경제 사업체 종사자들이기 때문입니다. ‘사회적경제 확산을 위한 워크숍은 일차적으로 사회적경제 교육에 새롭게 관심을 가지게 된 대학과 그동안 사회적경제의 발전을 위해 어렵게 현장을 일구었던 전문가들을 처음으로 한자리에서 만나는 의미를 담고 있었습니다. 또한 지방선거를 앞두고 지방자치단체나 지방의회에 사회적경제에 대한 적극적인 관심을 촉구함으로써 지역사회의 건강한 발전을 모색하려던 의도도 있었습니다.

 

 

5월 워크숍 이후 이번 협동조합 아카데미를 바로 준비하는데 어려움은 없었나

워크숍을 준비하고 열고 마무리하는 과정을 통해 우리 지역의 많은 현장 전문가들을 만나고 알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새로운 인연들이 협동조합 아카데미를 준비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어요. 또한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 측이 협동조합 아카데미 운영비용을 지원해주기로 하였고, 우리 대학의 인프라를 적극 활용할 수 있었기에 큰 어려움은 없었습니다.

 

7월에 진행되고 있는 협동조합 아카데미에 어떤 단체들이 참여하고 있나

협동조합기본법 출범을 계기로 새로 생긴 협동조합 소속 분들이 많습니다. 대표적인 단체들로는 진주관광협동조합, 나누미약용협동조합, 기술융합협동조합, 경남주거복지협동조합, 진주우리먹거리협동조합 등이 있습니다.

아무래도 이 아카데미의 취지는 이미 단단히 뿌리를 내린 기존의 협동조합 보다는 협동조합 방식으로 새롭게 사업을 시작하려는 분들에게 도움이 되고자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일확천금보다 경제적 자립, 직업적 보람, 사회적 헌신의 조화를 꿈꾸도록 유도하는 새로운 교육모델

 

 

아카데미에서 주안점을 두는 것(교육 내용)은 무엇인가

협동조합은 사회운동과 경제사업의 두 측면을 동시에 가지고 있습니다. 이 두 측면이 균형을 이룰 때 가장 바람직한 결과를 얻게 될 것입니다. 한편, 이번 아카데미에서는 협동조합의 기본을 튼튼히 하는 교육에 가장 주안점을 두었습니다. 이번 아카데미에서는 기존 협동조합의 성공사례를 직접 체험하는 기회도 마련했습니다. 구례자연드림파크에 조성된 아이쿱생협의 물류단지 및 공방 견학을 통해 수강생들의 결속력도 다지고 협동조합의 문제의식, 발전 비전, 사업모델 등을 공유하고 토론하는 계기로 삼았습니다.

 

이번 협동조합 아카데미가 진주지역에서는 거의 처음 시도되는 것이다. 어떤 목적으로 이런 과정을 만들었고, 기대하는 결과는 무엇인가

사회적경제 사업체들은 경제 사업을 통해 사회적 가치를 구현한다는 점에서는 같은 꿈을 가지고 있지만 구체적인 방법에서는 차이도 적지 않습니다. 사회적경제 사업체들은 수익성 중심의 주류 사업체들에 비해 역사도 짧고 규모도 적으며 자본도 부족한 게 사실입니다. 그렇기에 이러한 취약한 부분들을 채우기 위해서는 서로 연대하고 협력할 수 있어야 합니다. 특히 협동조합의 경우에는 여러 단체들 사이의 차이가 여타 사회적경제 사업체들에 비해 더 큽니다. 이번 협동조합 아카데미에는 이처럼 생각이나 지향은 다르지만 당면 문제를 협동조합을 통해 해결해 보겠다는 공통점을 지닌 다양한 구성원들이 참여하고 있는데, 이 점에 특히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번 협동조합 아카데미는 대학이 적극적으로 나서서 진주나 사천 지역의 다양한 시민들을 한 자리로 초대해본 거예요. 서로 얼굴을 익히고 의견을 교환하며 소통하는 등 협력을 학습하고 훈련하는 자리로서의 의미도 지닌다고 생각합니다.

 

진주지역 사회적 경제 협동조합 활발

지방정부와 안정적 협치 기반 필요

 

경남과학기술대학교가 사회적경제와 협동조합에 주목하며 연구하고 활동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우리 학생들이 선호하는 졸업 후의 대표적인 진로는 대기업이나 금융권 그리고 공무원입니다. 그런데 이러한 일자리는 좋기는 하지만 그 숫자가 제한적입니다. 모든 학생들이 이처럼 소수의 일자리 취업에만 몰두하는 게 결코 바람직하지도 않고요. 또한 지역이 자생력을 갖추고 지속적으로 발전하려면 사회적경제 분야의 육성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점점 커지고 있기도 합니다. 이러한 점들을 고려해 우리 대학에서는 경제학, 회계학, 영어학 세 분야가 함께 모여 사회적경제 활동을 잘 펼칠 학생들을 양성할 연계 전공을 만들고 있습니다. 이는 학생들에게 부자나 일확천금보다는 경제적 자립, 직업적 보람, 사회적 헌신의 조화를 꿈꾸도록 유도하는 새로운 교육 모델의 의미를 띠기도 합니다.

사회적경제 전문인력 양성사업이라 이름붙인 이 사업이 우리의 희망대로 잘 이루어질 경우 학생들은 물론 지역사회에도 의미 있는 변화가 일어나길 바랍니다. 학생들에게는 가치 있고 보람 있으며 경제적으로도 괜찮은 일을 할 수 있는 많은 직장이 제공되겠지요. 수도권으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는 서부경남이 대기업이나 대형 공단의 도움 없이도 내실 있는 발전을 통해 활기차고 역동적인 지역사회가 될 수 있었으면 합니다.

 

학생들이 사회적경제와 협동조합에 대한 공부를 할 수 있는 과정이나 과목이 있나요. 있다면 어떤 것이 있고 반응은 어떤가

그동안 우리 대학에서는 협동조합론이나 창업경제론등을 통해 필요한 교육을 해왔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개별적인 교과만으로는 한계가 크다고 느꼈고, 이번에 사회적경제 전문인력 양성사업을 통해 2학년 2학기부터 4학년 2학기까지를 포괄하는 사회적경제 전공을 추진 중에 있어요. 빠르면 이번 2학기부터 그 첫걸음을 뗄 예정입니다. 사회적경제가 추구하는 가치와 목적에 대한 이해, 사회적경제의 특성에 맞춘 경영능력 및 관리기법, 현장과 교류하는 실습과 참여, 문제해결 능력 기르기를 염두에 둔 여러 교과목을 개발 중입니다.

 

진주지역 또는 인근 지역의 협동조합과 사회적경제의 움직임은 타 지역에 비해 활발한 편인가. 앞으로의 발전 가능성이나 어려움이 무엇이라고 보는가

진주나 사천 등 우리 지역의 사회적경제 활동은 활발한 편이라고 생각됩니다. 무엇보다도 시민사회 운동의 오랜 역사적 전통 위에 자생적인 풀뿌리 조직들이 사회적경제의 근간을 튼튼하게 뒷받침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원주, 완주, 홍성, 서울의 성북·강북·도봉·노원 등 동북4구의 활동이 더 많이 거론되고 언급되는 것을 보면 부럽기도 하고 안타깝기도 합니다. 제가 보기에 진주와 활발히 활동 중인 여타 지역과의 가장 큰 차이는 지자체와의 안정적인 협치 기반의 확보 유무에 있습니다. 사회적경제는 본질적으로 시민사회와 지방자치단체 사이의 협력에 기반한 공동 통치와 아주 긴밀히 연결되어 있으니까요. 지역민들의 필요와 수요가 지방정부의 예산에 제대로 반영이 되고 그 예산이 다시 지역민들의 사회적경제 활동과 유기적으로 연결될 수 있을 때에만 지방자치, 풀뿌리민주주의, 사회적경제, 지역발전의 목표가 동시에 달성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사회적경제를 통해 경제의 양극화나 만성적 실업 문제를 훌륭하게 해결한 이탈리아의 에밀리아 로마나 모델이나 캐나다의 퀘벡 모델의 성공비결도 바로 협치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이 점에서 우리 지역에서 사회적경제가 얼마나 발전할 수 있을지, 지역경제가 얼마나 활성화될 수 있을지의 관건은 지자체와의 협치 기반을 확보하는 데 달려 있다고 판단되거든요.

 

앞으로 대학에서 협동조합과 사회적경제를 위해 준비한 교육이나 계획된 사업 내용이 있다면

우선, 사회적경제 분야에 필요한 인재를 양성하는 새로운 학부 교육에 최선을 다하려고 해요. 이 과정에서 우리 지역 및 전국의 유능한 현장형 지식인들의 도움도 최대한 많이 활용할 계획입니다. 대학원에 사회적경제 과정을 설치해 동남권 지역의 현장인력, 중간지원조직 전문인력, 지자체 공무원, 기초 및 광역의원을 참여시킴으로써 파트너십을 형성하고 협치의 연결망을 확보할 계획도 가지고 있습니다. 협동조합 아카데미 교육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사회적경제 조직체들의 발전을 도울 수 있는 사회적경제 중간지원조직의 역할도 해보려고 합니다.

 

백은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