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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같이 기사

나를 깨워 아이들과 함께 공동체 꿈꾼다

 

경남 진주 신나는 공부방책 읽는 엄마들의 모임 제비꽃

 

겨울도 막바지라지만 밤 추위는 여전히 싸늘해서 잔뜩 옷깃을 여미게 하던 2월의 어느 저녁, 경남 진주시 하대동 중앙고등학교 앞에 있는 신나는 공부방을 찾았다. 아이들과 함께 막 왁자한 저녁을 끝낸 제비꽃회원들이 삼삼오오 석유난로 주위에 모여 한가한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신나는 공부방이야 워낙 익숙한 공간이라 별달리 보탤 말이 없지만, 그 속에 제비꽃이라는, 책 읽는 학부모 모임이 있다는 얘기는 처음이라 궁금하기도 했고, 20081월에 만들어져 7년 가까이를 한 번도 빠지지 않고 모임을 한 그 저력이 무엇인지 물어보고 싶기도 했다. 처음에는 공부방에 아이들을 보내는 학부모들이 위주가 되어서 시작한 모임이었으나, 이제는 오는 사람 안 막고 가는 사람 막는다는 가입, 탈퇴의 회칙에 의거하여 학부모 외 이웃들도 참석하고 있다는 소박한 이 모임을 들여다 보았다.

 

서정홍 시인 초청강연회 (사진제공=<제비꽃모임>

 

보랏빛 고운 꿈에서 온 이름

 

겨우내 들이 꾼 꿈 중에서/가장 예쁜//하도 예뻐/잠에서 깨어나면서도/놓치지 않고/손에 꼭 쥐고 나온//마악/잠에서 깬 들이/눈 비비며 다시 보고/행여 달아나 버릴까/냇물도 함께/졸졸졸 가슴 죄는/보랏빛 고운/. -<이금이. 나도 하늘말나리아. 푸른책들>

 

이름이 어디에서 왔냐는 질문에 김향숙 회원이 읽어 준 시이다. 이금이작가가 쓴 <나도 하늘말나리아>라는 책에 나오는 시인데, 20081월에 모임을 시작할 때 제일 처음 읽었던 책이 바로 이 책이었고, 그 중에서도 제비꽃이라는 위 시가 회원들의 마음에 들어와 앉았다고 한다. 이 책을 기점으로 그 뒤엔 주로 아이들과 함께 볼 수 있는 책을 읽으면서 아이들의 생활에 대해 이야기해 왔고, 지금은 주로 회원들이 읽고 싶은 책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한다. 그날 방문했을 땐 책상 위가 온통 독일교육이야기(박성숙)”참교육이야기(김용택)” 책이었다. 아이들을 키우고 있는 학부모들인데 어찌 교육문제를 비껴 갈 수 있겠는가? 하지만 이 분들이 단지 책만 읽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동안 활동해 온 발자취를 따라가니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58년개띠>의 작가 서정홍 시인이나 <쫀드기쌤, 찐드기쌤>의 작가 최종득 시인, 그리고 <괭이부리말>의 김중미작가까지 섭외하여 강연회를 개최함과 동시에 지역에서 교육, 시민 공동체를 실천하기 위해 스스로를 내실화하기 위한 비전 워크샵도 여는 등 꾸준히 그 활동을 전개해 왔다. “제비꽃의 회칙인 나를 깨고, 좋은 책을 읽고, 아이들과 함께 가며, 지역사회 교육공동체를 만들기 위한더디지만 꾸준한 걸음들이 늘 함께 해 온 것이다.

 

<제비꽃모임> 정기모임

더불어 함께 가는 삶을 위한 활동

 

모임의 회장을 맡고 있는 김진숙 씨는 책을 읽고 활동하는 이 모임에 대해 거창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역사의 흐름에 반하지 않는 삶, 사회와 같이 가는 삶을 이루기 위한 활동이라고 본다. 그러나 그것은 혼자서는 안 되고 더불어 가야만 할 수 있는 일이지 않나 싶다라고 이 모임의 의미를 짚었다. 단지 책을 읽고 혼자만 만족하는 삶이 아니라 더불어 이웃과 나누며 우리사회의 여러 가지 현안들에 결코 무관심하지 않겠다는 말이리라.

 

인터뷰를 마칠 때 한 회원은 오늘이 제일 많이 웃는 날이라고 했다. 그만큼 서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공감의 장이 깊고 넓게 형성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본다. 이런 어울림으로 10년 후에도 20년 후에도, 늙어 꼬부랑 할머니가 되어도 늘 멋진 꽃으로 빛나고들 계시길 바래본다.